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은행장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상주검사역제도'를 통해 밀착 감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잇달아 발생한 고객 정보 유출사고, 매출채권 대출사기, 일부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회사의 경영진과 감사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신뢰를 잃거나 경영실적만을 우선하고,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해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앞장서서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와 경영진은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게 되고, 시장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사고를 은폐하거나 늑장보고하는 등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기만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건전한 금융질서를 문란케하거나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금융사고가 다시 발생해 국민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조금이라도 발생한다면 원인규명은 물론이고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의 자정노력이나 통제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가능한 감독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며 "금융이 경제 재도약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한 미증유의 금융사고들은 금융의 기본인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금융권 전체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내부통제 등 금융회사 운영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윤리성 확립 등 의식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들어온 후 은행장들과 악수를 나누지도 않고 회의를 시작했다. 최 원장은 모두 발언을 끝내자마자 조영제 부원장에게 회의를 주재하도록 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장들이 직접 내부통제 점검회의를 주도해 줄서기 문화를 뿌리뽑고, 구성원들이 맡은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영·인사 전반을 쇄신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특히 해외점포장의 대출전결권을 조정, 해외점포 취급여신에 대해 본점 사후심사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 해외점포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의심거래에 대해 이체를 즉시 정지하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을 조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금감원은 상주검사역제도 등 상시감시체계를 강화해 잠재된 부실위험과 사고징후를 포착하고, 불시 현장검사 등 기동검사 체제를 구축해 대형 금융사고와 소비자피해 사례에 기민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은행장회의에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아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