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 1050원선이 무너지자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052.2원)보다 10.8원 내린 1041.4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를 기준으로 104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5년9개월만의 일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8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숨고르기를 할 지 1000원선까지 하락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연저점을 하향 돌파한 것 뿐 아니라 2008년 이후 유지되던 지지선 자체가 붕괴됐다는 점이 앞으로의 방향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원·달러 환율은 올해 안에 장기 상승 추세선에 근접하는 1000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 팀장은 "당국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개입에 나서겠지만 달러화가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국의 개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환종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은 "지난 1~2월부터 쌓여있던 배당금 역송금수요가 이날 1050원대가 무너진 것을 계기로 갑자기 쏟아져 나와 환율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며 "아직까지 매수 물량이 남았다면 1030원선까지는 내려가겠지만 그 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050원이라는 의미 있는 기준선이 무너졌다"며 "당국이 50원선을 용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그는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돼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하락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1040원선에서 속도 조절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환파행운용부 부장은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은 1050원선이 무너지면서 추가하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양적완화 추가 축소와 중국 경기 둔화 등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없어지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쪽으로 다시 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