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를 당한 피해 은행들이 KT ENS의 공시만 살펴봤어도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술한 관리로 대출 사기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KT ENS는 지난해 11월14일 분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9월말까지의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가 702억532만원이라고 밝혔다. KT ENS의 매입채무는 납품한 협력업체의 매출채권으로 협력업체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활용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공시를 살펴보면 KT ENS의 휴대폰 판매 관련 매출은 2011년과 2012년에 400억원, 지난해에는 전무했다. 공시만 살펴봐도 대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농협·국민은행은 위조된 매출채권을 근거로 KT ENS가 공시한 채무의 6배가 넘는 440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34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과 국민은행이 각각 500억원씩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KT ENS 직원 김모씨와 공모한 N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무려 3300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사는 매출액이 채 10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회사로 공시 의무조차 없다.
N사가 은행 3곳으로부터 무려 3300억원을 빌릴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개의 SPC를 활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PC란 자산보유자에게서 자산을 매입해 이를 토대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다.
N사는 몇몇 업체와 함께 여러개의 SPC를 설립, 동일차주 여신 한도를 피해갔다. 또 대출 만기가 되면 다른 SPC를 통해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N사가 만든 SPC는 9개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맹신으로 은행 내부의 사전 심사와 사후 모니터링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공시만 살펴봐도 대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