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합의안이 표류하자 해당 직원들의 동요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 노사합의를 통해 2000여명의 무기계약 직원들을 올해 1월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설 이전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시한을 넘겼다.
노사는 10월 합의 이후 후속 논의를 수 차례 거쳤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정이 차일 피일 미뤄지고 있다.
외환은행 정규직 전환의 핵심은 새로운 직군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군 내에 무기계약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당초 합의대로라면 이들은 6급 행원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비용 부담 문제 등으로 인해 직군을 구분하는 새로운 안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도 내 전환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노조는 이 안이 합의 사항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합의 시한 경과 등에 괘념치 않는 은행 측의 모습은 협상에 임하는 진정한 목적을 의심케 하고 있다"며 "노·노 갈등을 유발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합의 파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행동"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최근 정기인사발령이 이어지다 보니 이 문제에 매진할 여력이 없었다"며 "구정 이후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정규직 전환이 무산된다면 노사 모두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인건비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가뜩이나 성장이 둔화되고 수익성이 나빠진 은행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도 외환은행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을 기존 정규직 체계에 편입시켜 승진에서도 차별을 두지 않도록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부터는 이들 직원에 대한 승진 심사도 진행될 방침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환은행의 약속이 지난해 정기국정감사를 염두에 둔 '전시용'이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도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노조선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무산될 경우 지지해준 노조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