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을 비롯,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 모두의 축전이 영화제다.
베니스, 칸,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까지 글로벌 영화제의 최신 동향을 담은 책이 나왔다.
1998~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에서 일하고, 영국 노팅엄대 영화학과에서 국제영화제와 한국영화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받은 안수정씨가 쓴 ‘레드카펫: 웰컴 투 필름 페스티벌’이다. 영화제를 즐기다보면 떠오르는 궁금증들에 구체적으로 답해준다.
칸영화제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됐을까, 베니스영화제는 왜 히틀러의 눈치를 보며 수상작을 선정했을까, 아카데미 시상식도 영화제일까, 홍콩·도쿄·상하이·타이베이·싱가포르 영화제는 언제 생겨났을까, 한국의 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어떠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가 등에 대한 관객 입장의 호기심은 물론이다. 3대 영화제 태동의 세계사적 정치 흐름의 영향, 세계 도시들이 영화제를 앞다퉈 개최하려는 이유와 영상문화에 대한 지식 등 전문적인 내용까지 아우른다.
좋은 영화를 서로 먼저 확보하기 위한 대형 영화제 간의 치열한 물밑 전쟁과 협상 모습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으며 부산이 영화도시가 될 수 있었던 뒷얘기,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의 관심을 끌게 된 사연 등이 생생하게 서술된 점도 흥미롭다.
2월 6~16일(현지시간)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와 3월2일 개최되는 아카데미시상식을 앞두고 미리 읽어두면 보다 폭넓게 이들 축제를 이해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저자는 두 행사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알려준다. “베를린에서 주목한 거장들의 신작이나 신예감독들의 작품들이 아카데미 수상작과 어떻게 겹치는지는 늘 언론과 영화인들의 관심거리”라며 “전년도 영화계를 평가하고 그해의 영화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잣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296쪽, 1만5000원, 명인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