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힐링음악, 비뮤티 앨범 들어라

  • 등록 2014.01.30 0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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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박사의 ‘선이야기 삶이야기’ <45>

명상모임에 나오는 한 도반이 선물로 건넨 CD를 들으며 조만간 출간할 ‘티베트는 없다’의 원고를 다듬는다. 요즘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PC 자판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음악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20년 전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을 듣다가 논문 마감을 어긴 적이 있어서 사실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듣는 게 부담스럽다. 이것도 나름 큰 상처다. 하지만 원고를 마감하려는 집착을 뒤로하고 끝까지 CD를 들으면서 오히려 누군가에게 즐거운 감동했을 때의 그런 편안함을 느낀다. 힐링의 끝에 나오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다. 그 도반에게 전화해 ‘이 가수 알아요?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데!’고 전한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마침 ‘절 운동 스님’으로 잘 알려진 청견 스님의 언양 법왕 정사를 향해 3000배 절 운동하러 집을 나서던 그의 발길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단골 연희동 사리원 갈비찜 집에서 저녁을 하는 음반 ‘Rest(휴식)’의 가수 겸 작곡자인 비뮤티 홍범석은 아직 독감으로 고생 중이었다. 식사 마치기를 기다리던 중에서야 처음으로 들여다본 그의 앨범 표지에는 유럽 10대 지휘자인 디안 쇼바노프가 ‘와인 마실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일 거야!’라는 추천이 있다. 아마도 예술적 깊이와 대중성, 격조와 친근함을 잘 어우르며 직접 작곡과 편곡을 한 비뮤티의 크로스오버 노래에 대한 격찬이다. 이 앨범의 노래들은 유럽식으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실 때보다도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깊은 편안함 즉 힐링을 원할 때 가만히 앉아서 추억에 잠기거나 명상에 들어야 할 때 더 어울리는 노래다. 와인을 한잔 머금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술을 못 먹는 그를 안다면 글을 쓸 때 가장 어울리는 노래가 더 맞을 듯하다.

달라이라마가 미국에 들를 때면 2년에 한 번은 리처드 기어나 스티븐 시걸 같은 배우를 대동하고 인디애나대학을 찾는다. 가까운 곳에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달라이라마의 동생이 인디애나대학 구내에도 ‘Snow Lions(雪獅子)’이라는 고급 티베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을 찾는 달라이라마가 인디애나대학을 자주 찾는 것 같다. 기독교인 미국인들과 함께 몇 시간이나 줄 서서 들어간 달라이라마의 강연장에는 그와 교포 친구 단 두 사람의 한국인만 있어서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도 주말에는 쉬고 싶었지만, 법정 스님께서 말씀하신 일기일회(一期一會) 즉 일생 단 한 번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날 폭력으로 남을 억압하는 것은 ‘Old style’이라며 중국을 은유했던 달라이라마로부터 평생 잊지 못할 수많은 익살스러운 농담 섞인 말씀들을 들으며 감동했다.

교회 헌금 통처럼 청중을 돌던 질문지 함에 들어가 있던 한 질문지에 “먹고 살기 위해서 매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이 필요하다. 100% 다 먹으려고 하지 말고 내가 50, 상대가 50% 즉 반반씩은 가져갈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그러다 가끔은 내가 60%, 상대가 40%를 가져가면 행운이 아니겠느냐!” 등 달라이라마의 유머 넘친 즉문즉설에 강연장에 온 모든 사람은 자주 배꼽을 잡아야 했다. 그런 감동을 간직한 마음으로 문화기획사인 ‘Goun Soup Culture’를 경영하는 그가 이번에는 티베트의 암울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달라이라마에게 한 곡을 헌정한다. “흘러라 머물지 않는 바람처럼. 너를 기다리는 영원한 푸른 대지를 향해서. 또 깨어나 하늘을 향해 노래하라. 저 황금 물결 쏟아지는 너의 꿈이 시작된 곳을 향해”라는 타고르의 시를 고친 비뮤티는 티베트인들이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너의 아주 오랜 꿈’에 대한 노래를 썼다. 티베트인들이 버릴 수 없는 아주 오랜 꿈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언젠가 달라이라마와 인연이 또 이뤄진다면 이 노래를 리처드 기어 등과 함께 뮤직비디오에 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참으로 맑다.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을 클래식컬 팝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비뮤티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2013년 그래미상 6회 수상에 빛나는 돈 머레이와 3년 반에 걸친 장기간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쇼팽에서 아바까지 그만의 특별한 음색으로 클래식과 팝의 절묘한 조화를 성공한 그의 첫 앨범 ‘Rest’에 수록된 15곡을 연이어 들으면 마치 한 사람의 앨범이 아닌 듯 느껴진다. 흥미로운 점은 클래식으로 시작해 댄스 버전의 편곡으로 끝나는 앨범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욕심을 꿈으로 현실로 실현한 앨범이라는 뜻이다.

유럽의 지휘자 디안 쇼바노프는 그의 음색에 대해 “부드러운 바리톤의 음색 속에 무거움이나 경직됨이 없는 자연스러움, 격조와 친근함을 모두 지니고 있는 목소리”라고 평했다. 또 비뮤티의 목소리가 곡에 따라 계속 변화하며 하나의 장르에만 국한되는 소리가 아니라 곡에 맞는 보컬로 록, 재즈, 댄스에 맞는 음색을 들려주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성악가로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듣는 내내 팝페라라는 무거운 짐을 한층 가볍게 해준다.”는 평론가 이종민의 평 역시 클래식에 기반을 뒀지만, 대중성도 잃지 않는 비뮤티만의 특별한 음색을 설명해준다.

사실 쇼팽, 푸치니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 큰 모험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클래식 곡들을 원곡의 멜로디나 분위기를 거의 바꾸지 않으며 원곡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또 ‘Be my bride’에 맞춰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베를린 영화제, 크로아티아 크록 영화제, 브라질 아니마문디 영화제, 보스턴 터키 영화제 등 본선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SICAF(서울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온라인 네티즌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야상곡을 편곡한 ‘Rest’를 통해 ‘쇼팽은 매일 밤 기도를 통해서 세상과 그리고 스스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라며 비뮤티는 우리에게 힐링 음악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연세대 성악과를 다니던 중 유학해 맨해튼음악대에서 성악, 인디애나대에서 정치학,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제와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다 가수로는 늦깎이 데뷔했다. 비뮤티는 무장르 아티스트로 벌써 세 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예술의 전당 등에서 단독 콘서트도 열기도 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가수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가 작년 연말 MV 베를린 영화제 본선 진출에 이어 열린 음악회에서 열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뮤티는 올해 3월27일 불가리아 국영방송라디오 1시간 비뮤티 특집을 시작으로 새로운 세 장의 앨범을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불자에게도 크리스천에게도 종교를 뛰어넘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음악이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연예뉴스팀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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