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들의 강제 처가살이가 목표입니다."
SBS TV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CP는 "부부간의 이야기와 고부갈등은 TV나 드라마에서 많은 소재가 됐다. 하지만 요즘 들어 문제가 되는 사위와 처가의 얘기는 다루는 곳이 없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밝혔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늘어나고 가구당 자녀가 한 명이다 보니 요즘은 남자가 처가 근처에 가서 사는 일도 많다. 아이도 장인·장모가 봐주다 보니 사위도 처가와의 관계를 풀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요즘 부부갈등 중 하나가 처가문제인데 이를 관찰카메라로 지켜보면 어떨까 싶었다."
'자기야-백년손님'은 지난해 6월3일 첫 방송됐다. 부부토크쇼에서 사위가 24시간 동안 처가살이하는 콘셉트로 변화했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52) 원장, 내과 전문의 남재현(51) 원장, 김일중(35) SBS 아나운서가 장인·장모와 함께 출연 중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함 원장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함 원장은 "개인적으로 방송을 재미있어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장모님은 부담스럽다고 못하겠다고 하셔서 '요즘 영정사진을 걸어놓는 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 장모님께 영정 비디오를 만들어주겠다'며 설득했다. 장모님이 웃으면서 하겠다고 하더라. 원래는 네 번 녹화하는 거였는데 꽤 길게 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장모님이 주말을 더 기다린다. 더 열심히 하면 내가 사위 볼 때까지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 원장은 "처가가 울진 후포리다. 거리가 멀어서 1박2일로 가기가 힘들어 19년 동안 명절 때 한 번도 못 갔다. 시청자들에게 많이 혼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아나운서도 "아나운서 생활을 2005년부터 하기 시작했다. 평소 악성댓글이 크게 없는 직업인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혹독한 댓글을 경험하고 있다. '김일중보다 못한 사위'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댓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섭외는 쉽지 않았다. 민 CP는 "함 원장과 민 원장은 '자기야' 부부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대략적 캐릭터를 알고 있었다. 사위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인·장모 캐릭터와 특수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남 원장 처가에 갔을 때 장모님이 '난 이런 프로그램 안 한다'고 거절을 했다. 몇 차례 찾아뵙고 간곡히 부탁했다. 남 원장 장모님은 아직도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또 "함 원장 댁도 장인어른이 돌아가신지 얼마 안 돼 부담스러워했다. 장모님이 방송을 잘못해서 딸 시댁에 잘못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 사양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연예인이 아니라 힘든 점도 있었다. 민 CP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가 아무래도 더 높을 것이다. 일반인이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위와 처가의 관계를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케이스라면 연예인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촬영현장을 보면 카메라를 철저하게 오픈하지 않고 촬영하고자 한다. 리모트 카메라나 핸디 캠을 사용해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민 CP는 "스튜디오에서는 아내들이 남편의 생활을 관찰한다. 우리 남편은 내가 없을 때 처가에서 어떻게 지내느냐 보게 된다. 아내는 남편이 없어도 명절에 가지만 남편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아내가 안 가면 처가에 가는 게 익숙지 않다. 아내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볼 뿐 아니라 부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위들은 처가살이가 쉽지만은 않다. 김 아나운서는 "아직 처가가 어렵다. 아내랑 같이 갈 때는 빈방을 찾아 들어가 눈에 안 띄게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 가니 어쩔 수 없이 마주한다. 쉽지가 않다"며 힘겨워했다.
반면, 함 원장은 "워낙 장모님과는 편한 사이다. 프로그램하면서 '나이가 들면 이럴 수 있겠구나' 이해하게 됐다. 부모님에게 무관심했던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찾아뵙고 전화도 거의 안 드렸는데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엄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방송 후 엄마에게 효자가 돼가는 것 같다"고 긍정했다.
민 CP는 "마지막 과제는 MC 신현준을 처가로 보내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하차하겠다고 말하며 거부하고 있지만, 우리의 숙명이자 과제다. 꼭 보내겠다"고 별렀다.
'자기야-백년손님'은 목요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