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 지난해부터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증가함에 따라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위험을 퍼뜨리는 채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박종열 금융검사분석실 분석기획팀장은 27일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란 정형상품에 특정 조건이 더 추가되는 상품을 가리킨다. 몇 개의 통화 옵션을 합성하거나 환율이 특정 수준을 초과할 때 옵션이 사라지는 조건이 포함되는 게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난해 6월말 현재 비정형 상품의 거래 잔액은 39조8000억원으로 2012년 말(26조1000억원)에 비해 52.5% 늘었다. 이 중에서도 차입 조건 등이 포함된 고위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의 거래가 97.7%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 말까지는 위험도가 낮은 상품이 주로 거래됐으나 2013년 상반기 중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큰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모두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이 늘어난 가운데 외은지점의 거래잔액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잔액의 86%를 외은지점에서 보유 중이다.
박 팀장은 "2009년 키코 사태 때 거래잔액의 대부분을 국내은행에서 갖고 있었던 것과는 반대 양상"이라며 "국내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거래가 증가한 이유는 가격변수인 통화옵션의 내재변동성(향후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하향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요자(기업)의 입장에서는 정형상품보다 헤지비용이 절감되고 공급자들은 고위험에 따른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기초자산가격이 행사가격에 근접하거나 만기가 다가올수록, 혹은 레버리지가 클수록 헤지를 위한 현물환 매입·매도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채널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정 환율(1150원), 행사가(1140원), 내재변동성(14%), 만기(1일) 등의 조건에서 비정형 파생상품의 기초자산변화에 따른 헤지(델타) 및 감마(델타 변동에 다른 헤지)는 정형 파생상품에 비해 각각 10배, 7배 큰 것으로 산출됐다.
박 팀장은 "현재 거래규모에 비춰 주 거래상대방이 경영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대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통화옵션 시장의 유동성이 낮아 비정형 상품 관련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 발생할 위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