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 첨단과기로에 위치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지스트는 그동안 석·박사 과정 위주의 연구중심대학이라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0년 학사과정인 '지스트대학'을 개설하면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24일 방문한 지스트의 고등광기술연구소는 국내에 있는 대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레이저 관련 장비들이 즐비했다.
남창희 지스트 물리·광과학과 교수이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장에 따르면 프랑스와 체코, 일본 오사카 등 해외 연구자들 조차도 지스트와 레이저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해 직접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남 단장은 "이 연구소는 1페타와트(PW)의 레이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세계 유일한 곳"이라면서 "1페타와트는 1천조 와트로 전 세계가 출력하는 전기의 100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레이저를 통해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삶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9년 동안 꾸준히 연구한 결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포스텍 5개로 한정돼 있다. 이 중에서도 지스트는 규모도 작고 한동안 대학원으로만 운영돼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부상하면서 다양한 교양수업 통해 융합적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지스트에 대해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안으로 세계 최고 효율의 유기태양전지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어 미래를 이끌어갈 창조경제의 히든챔피언으로써 지스트의 미래가 기대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지스트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펨토초 초광력 레이저를 이용한 하전입자를 소규모 실험실 수준에서 수 기가전자볼트 및 수십 메가전자볼트까지 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이 연구를 통해 초강력 레이저장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을 규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적으로나 의료적으로도 다양한 응용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소형입자 가속기를 개발하거나 양성자 암치료, 의료 영상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기태양전지 개발도 지스트의 주요 연구 과제 중 하나다. 유기태양전지는 기존 태양전지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으며 유기물로 구성돼 있어 생산 단가도 저렴하고 구부러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광희 지스트 차세대에너지연구소장은 "유기태양전지는 집 안에 있는 형광등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10.7%로 7% 수준의 미국, 중국 등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기록하며 올해 말 본격적인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스트 대학은 카이스트와는 달리 전공을 3학년 때 선택하도록 했다. 대학 1~2학년 때까지 기초과학과 함께 인문·철학·사회·예체능 소양교육을 받으면서 적성에 맞는 기초과학 전공을 탐색하라는 것이다.
과학 관련 전공과목을 제한하고, 음악과 예술·체육·인문사회학 수업을 듣도록 권하는 특별한 교육과정도 마련하고 있다. 이에 4년 재학 기간 동안 음악 악기 수업은 최소 4학기, 체육 수업은 최소 6학기 이상 들어야 하며 인문고전은 100권 이상 읽어야 한다.
김영준 지스트 총장은 "지스트에서는 기초과학 외에도 역사·철학·예술·경제학·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잡힌 학습과 창의적인 학습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아는 융합적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