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때부터 10년 동안 집에서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노래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음악을 해야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나를 세상으로 끌어내 준 '히든싱어'에 감사드린다."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 2- 왕중왕전'이 가수 휘성(32)과 모창능력자 김진호(24)의 듀엣 무대로 막을 내렸다. '휘성'의 '결혼까지 생각했어'를 부른 김진호가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2000만원을 챙겼다.
"휘성형 한번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오늘 기억을 발판 삼아 열심히 살겠다. 죽을 때까지 음악은 하고 있을 것 같다."
'히든싱어'는 시즌 2의 마지막 무대를 25일 밤 11시 서울 서소문로 호암아트홀에서 생방송으로 꾸몄다. 방송 20분만에 문자 투표 13만건을 넘기는 등 관심이 쏠렸다. 최종 문자 투표수는 86만건을 넘겼다.
사전 온라인 투표 점수 20%, 대국민 문자 투표 80%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렸다. 사전 투표 결과 김진호, 조현민, 임성현 순으로 득표했다. 대국민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과도 같았다.
왕중왕전 예선에 참가한 모창능력자 13명 가운데 살아남은 조현민(31), 임성현(23), 김진호 무대에 올라 각자의 가수, 각자의 모창 실력을 뽐냈다. 세 명의 모창 가수를 응원하고자 원조 가수 임창정, 휘성 등이 현장을 찾아 이들을 응원했다. 조성모는 예정된 미국 공연 일정으로 불참, 전화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히든 스테이지에 누가 있는지를 인지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무대들이 이어졌다. '히든싱어'로 살아온 과정들이 소개돼 감상을 더 했다. 시즌 1 왕중왕전 출연자들, 김광석편 출연자들의 축하무대도 있었다.
휘성의 열성적인 팬인 '사랑해 휘성' 김진호는 예선에서 '가슴 시린 이야기'를 불러 방송 직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빠른 템포의 곡임에도 휘성의 디테일한 창법을 재연했다는 평과 함께 C조에서 우뚝 섰다. 왕중왕전에서는 휘성의 '결혼까지 생각했어' 노래뿐 아니라 무대 매너까지 같았다. 휘성은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며 놀라 했다.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은 왕중왕전 예선에서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불러 300명의 판정단 중 285명의 선택을 받은 바 있는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즐기겠다"는 자세로 '그때 또다시'를 불렀다. 무난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예선 때 불렀던 '소주 한 잔'만큼의 임팩트 있는 무대를 남기지는 못했다. 2위다.
'논산 가는 조성모' 임성현은 '포 유어 솔(For your soul)'을 불러 죽음의 조로 불린 B조에서 살아남았다. 모창곡 특성상 다른 후보보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장 원곡 가수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아시나요'를 불러 임창정의 "현민아 2등 하자"라는 호평을 끌었다.
히든 싱어는 애초 파일럿으로 준비했다. '모창'은 실제로 명절 특집에 자주 활용되는 소재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이 거듭될수록 부스 안의 '진짜'를 찾는 데 집중했다. 시청률은 7%에 육박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거나 일부 눌렀다.
참가자들은 대중의 주목과 함께 인기를 누렸다. 아이유편에 출연했던 샤넌은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 가수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샤넌 외에도 여러 명의 모창능력자들이 소속사나 작곡가들과 접촉, 모창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숨겨진 모창자 뿐 아니라 잊힌 노래를 찾는데도 일조했다.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음악들이 묵은 먼지를 털고 다시 대중을 만났다.
아날로그 음반의 디지털화, 목소리와 반주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방송된 김광석(1964~1996)편은 예능프로그램의 재미 이상의 감동을 줬다. 김광석의 노래는 다시 대중의 입을 탔다. 휘성의 곡들도 그렇다. 휘성의 지난 노래들은 지금까지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중에게 잊힐까, 위기감을 느끼던 출연 가수들도 방송 후 쏟아지는 관심과 반응에 자신감을 품고 웃었다.
시즌2의 성공은 시즌3를 기대하게 했다. 제작진의 자신감도 오른 상태다. 김현식(1958~1990)의 모창자를 찾는다는 공지 등을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출연자들 모두 모창을 넘어서는 감동을 줬다. 잠시 잊고 지냈던 노래들을 5000만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주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