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역사 66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가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오점을 남겼다.
2012년 뇌물검사와 성추문 검사, 2013년 브로커 검사에 이어 올해는 이른바 '해결사' 검사의 비위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전례없는 현직 검사의 '공갈죄'…혐의사실은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2일 구속기소한 춘천지검 전모(37) 검사에게 '공갈'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법조인을 기소하는 경우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종종 적용되는 편이지만 현직 검사가 공갈 혐의로 기소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 검사는 연예인 에이미(본명 이윤지·32·여)씨를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조사하면서 알게 된 뒤 성형수술 부작용을 호소하자 재수술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전 검사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최모(43)씨를 상대로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갖은 협박성 발언을 하고 거액의 금품을 뜯어냈다. 전 검사는 에이미씨와 함께 병원에 직접 찾아가 협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범죄 사실은 공갈 혐의가 성립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 성립된다.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전 검사는 '재수술을 해주면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중인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압수수색 등의 방법으로 병원문을 닫게 하겠다', '압수수색을 하여 조사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다. 병원을 박살낼 수 있다'라는 취지로 협박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결국 전 검사는 본인이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진 않았지만 최 원장으로부터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비 보전 명목으로 지난해 3월초부터 4월말까지 9차례에 걸쳐 2250만원을 송금받아 에이미씨에게 전달했다. 또 2012년 12월 3차례에 걸쳐 700만원 상당의 무료 성형수술도 해주도록 압력을 가했다.
다만 에이미씨는 전 검사와 함께 병원을 찾아간 사실은 확인됐지만 부탁만 했을 뿐 협박 등과 관련해 개입하거나 교사한 사실이 없어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전 검사도 에이미씨의 공갈교사 혐의를 부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사의 사랑', 유죄인가 무죄인가…'공갈 재판' 쟁점은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은 전 검사가 공갈 혐의로 기소되면서 일단락됐지만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어떤 논리를 내세워 공방을 주고받을지도 관심이다.
검찰이 법리 검토끝에 전 검사의 행위가 공갈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판단한 반면, 전 검사는 에이미씨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내세워 위법성을 부정하거나 형(刑) 감경 사유로 내세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 검사와 에이미씨는 대검이 감찰 단계에서 수사로 전환할 때만해도 서로 '연인' 관계를 부정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전 검사는 법원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사적인 만남을 이어온 사실을 들어 '연인' 관계를 인정했고, 에이미씨도 입장을 유보하던 태도에서 전 검사와 같은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 검사는 단지 자신의 금전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에이미씨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개인적인 관계를 염두해 '도움'을 준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뒀다.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애인을 지켜만 볼 수는 없어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고 주장, 즉 인지상정(人之常情)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전 검사가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가성 없이 에이미씨에 건넨 점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검찰청은 공식적으로는 전 검사와 에이미씨간 관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감찰이나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두 사람이 한때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 검사가 자신의 행위를 범죄라고 인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에이미는 (구속기소 이후)연예인 생활이 망가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힘들어했고 이에 (전 검사가)연민의 정을 느낀 것으로 생각한다"며 "별다른 생각 없이 단지 도와준다는 마음에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전 검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했다.
전 검사가 제3자인 에이미에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받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한 청탁·알선을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냈다.
검찰은 전 검사가 최 원장에게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중인 '프로포폴 오남용' 사건을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에게 에이미씨에 대한 치료를 해주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주임검사에게 말해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전 검사와 병원장 최 원장 모두 사건 선처 등에 관한 청탁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검찰의 공소사실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