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고음질로 되살아나다

  • 등록 2014.01.21 13: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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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기를 누린 tvN 드라마 '몬스타'의 첫 장면.

주인공 '민세이'를 연기한 탤런트 하연수(24)가 싱어송라이터 유재하(1962~1987)의 '지난날'을 기타를 튕겨가며 부르는 장면으로 극이 시작된다. 같은 드라마에서 톱가수 '윤설찬'역을 맡은 한류그룹 '비스트' 멤버 용준형(25)이 랩 댄스 버전으로 부른 이 곡이 동시에 교차 편집된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몬스타'는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다. 1987년 8월 유재하의 첫 앨범이자 유작인 '사랑하기 때문에'에 수록된 '지난날'은 26년이 지나서도 생명력을 이어갔다. 신시사이저가 두드러진 원곡이 어쿠스틱 기타 버전과 댄스 버전으로 재편곡됐지만, 가볍게 통통 튀는 리듬은 밝고 화사한 청년의 그것이었다.

25년의 짧은 삶을 산 유재하와 그의 음악은 사실 이처럼 청년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첫 앨범을 발표한 그해 11월1일 교통사고로 숨진 그에게는 '전설'이라는 수식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사망 이후 팬덤이 급격히 생겨났지만,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음악적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2003년 봉준호(45)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살인의 추억'에 실린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우울한 편지'가 그의 이미지에 잿빛을 더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LP가 발매 26년5개월 만에 C&L뮤직을 통해 고음질의 LP로 부활했다. 유재하의 청년시절 젊은 목소리가 생생하게 재현됐다.

21일 오전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이 LP 청음시사회에서 유재하의 활기찬 목소리와 그가 사용한 악기의 더 선명해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87년 이후 '사랑하기 때문에'는 3개 CD 버전과 MP3 파일로 변환됐지만 기본적으로 사운드 음질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LP는 오리지널 LP가 아닌, 유족이 보관한 오리지널 투 트랙 마스터 테이프에서 추출한 소리를 바탕으로 했다. 곡을 LP로 들을 수 있게 하는 판형 작업의 커팅은 독일의 에밀 베를리너 스튜디오에서 했다. 원판형 디스크를 발명한 에밀 베를리너가 설립한 곳이다.

이날 LP에 수록된 총 10곡 중 3곡을 앞서 CD에 실린 버전과 비교하면서 들었는데 음질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텅빈 오늘 밤'은 청명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베이스가 묵직함으로 떠받치는 사운드가 더 명확해지면서 안정감이 더해졌다. '우리들의 사랑'은 특히 악기의 사운드가 뚜렷해졌다. 신시사이저도 더욱 풍성해졌다.

25세 청년의 감수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난날'은 신시사이저와 스트링 소리가 명확해졌다. 코러스도 더 분명히 들린다. CD로 듣던 것에 비해 훨씬 밝고 화사해졌다.

이 작업을 주도한 C&L뮤직 최우석 부장은 "CD와 MP3로 작업하면서 오리지널 테이프에 담긴 곡의 길이가 다소 길어졌다"면서 "반주의 디테일이 죽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좋은 소리보다는 우울한 느낌이 강했다"고 밝혔다. "첫 아날로그 테이프의 곡과 차이가 나는 부분의 템포를 다듬고자 했다. 원래 곡이 가지고 있는 소리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들의 사랑'은 이번 LP 버전이 기존 CD 버전보다 러닝타임이 20초 가량 짧다. 몇몇 곡은 러닝타임이 동일하지만, 3~5초 가량 차이나는 곡들이 더 있다. 최 부장은 "LP 총 러닝타임이 전체적으로 CD와 40초 가량 차이날 것"이라고 전했다.

첫 아날로그 테이프가 초당 15회 가량 속도로 감기는 테이프인 데 반해 이번에는 1초에 30번 가량 감기는 테이프를 사용해 사운드의 촘촘함도 꾀했다.

애초 '사랑하기 때문에'에는 가수 조용필(64)의 7집에 수록된 '사랑하기 때문에', 가수 김현식(1958~1990)의 3집에 실린 '가리워진 길' 등 유재하가 작사·작곡한 곡까지 총 9곡이 실렸다. 유재하는 조용필이 이끄는 밴드 '위대한 탄생'의 서브 키보디스트였으며, 김현식의 백그라운드 밴드로 활동한 '봄여름가을겨울'에도 잠깐 몸담은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수록된 곡 '빈센트'는 유재하가 작사·작곡한 노래가 아니다. 본래 9곡은 유재하가 다 만들었고 편곡까지 도맡았다. 유재하가 부른 곡을 녹음한 것으로 미국 가수 돈 맥클린(69)가 원곡을 불렀다. 유재하의 '빈센트'는 원곡의 쓸쓸하면서도 유목적인 느낌을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잘 살려냈다.

최 부장은 "유재하라는 아티스트의 본질 중 하나가 작사·작곡·편곡까지 모두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대표주자라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번에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넣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유족이 팬들을 위해 이번에 선물로 들려주자는 취지에 공감해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본이 홈레코딩으로 녹음된 탓에 음질은 좋은 편이 아니다. "'빈센트'는 리마스터링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소음 정도만 제거했다"면서 "유재하가 가지고 있는 나이브한 목소리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덧붙였다.

임진모(55) 대중음악평론가는 "유재하의 첫 앨범이 나왔을 때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이유는 작사·작곡 뿐 아니라 편곡까지 해냈다는 사실 때문"이라면서 "편곡을 한다는 것은 음악에 대해 완벽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악기의 음색과 배치, 흐름을 알지 못하면 해낼 수 없다. 한양대 음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친구라 음색을 다듬고 화성을 만지는 실력이 있었다"고 평했다.

유재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뽕끼'를 배제하고 세련된 팝 발라드를 만든 주인공으로도 통한다. 당시 너무 밋밋하다는 이유로 MBC 라디오국에서 유재하의 음악을 틀지 않았고, 방송에도 출연을 못해 영상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설도 있다. 임 평론가는 "유재하의 발라드는 지금 들어도 뽕끼가 없다"면서 "클래식을 전공, 기존 음악을 하던 사람과 진행이 달랐다. 그래서 새로운 발라드의 시작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22일 1000장이 한정으로 발매되는 이번 LP에는 포스터도 포함된다. LP 발매 이후 첫 발매된 CD 커버의 바탕이 됐던 추모 공연의 포스터 재생본이다. 원화는 유재하와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자란 화가 서도호(52)의 작품이다. CD 발매 당시 이 그림의 인물 뒤의 배경을 검은색으로 덧칠, 우울한 느낌이 강조됐다. 이번에는 원래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최 부장은 포스터와 앨범 작업을 비교하며 "이번 LP 작업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유재하가 만든 사운드로 돌아가자는 것이 목표였다. CD와 MP3로 변환하면서 다소 부족했던 사운드를 처음 것으로 재현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 평론가 역시 "사랑하기 때문에'는 '들국화'의 첫 앨범 '행진'과 우리나라 명반 순위 1, 2위를 다투는 역사상 중요한 음반"이라면서 "그간 대중이 다소 훼손된 음질로 음반을 들어왔는데, 유재하가 원래 의도한 사운드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가치와 성과"라고 봤다.

미공개곡이 더 있는지에 대해 최 부장은 "몇 곡이 더 있지만 음질이 공개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작사·작곡한 곡도 아니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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