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다, 실험정신도 충만하다…2016 연극 라인업

  • 등록 2015.12.28 11: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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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연극계의 이슈는 단연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400주기를 기념, 관련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고전의 재해석은 물론, 이미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국 창작과 라이선스 초연, 유명 재연작 등 상차림이 푸짐하다. 특히 공동창작, 무대 미학 등에 공을 들이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셰익스피어의 또 재발견

김광보 연출이 이끄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은 한 해의 모든 정기 공연을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채운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첫 번째 가족음악극 '템페스트'(1월 13~31일 세종M시어터)를 시작으로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3월 29~4월14일 세종M시어터), '햄릿'을 바탕으로 한 창작극으로 각색에 일가견이 있는 김은성 작가가 합류하는 '함익'(9월30일~10월16일 세종M시어터)을 준비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국립극단은 올해 셰익스피어를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셰익스피어의 로맨스극 '겨울이야기(1월 10~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로 포문을 연다. 오해로 자식과 아내를 죽게 한 레온테스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결국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2008년 헝가리 국립극장에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부임,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의 연출로 새로운 연극 미학을 선보인다. 내년 대미를 장식하는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12월 명동예술극장)는 한국에서 셰익스피어를 꾸준하게 실험적으로 연출해온 임형택이 연출을 맡았다.

대학로 브랜드 공연 '연극열전6'의 '햄릿 더 플레이'(8~10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재창작 김동연 지이선·연출 김동연·가제)도 눈길을 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을 재창작했다. '소년 햄릿'이 등장해 기존 '햄릿'의 극중 극 모티브를 확장시켜 성인 햄릿과 소년 햄릿의 심리가 교차되는 구조다. 한 남자의 복수가 빚어내는 비극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가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단 리퍼블리크 시어터와 손잡고 치명적인 음악극 '햄릿'(10월 12~14일 LG아트센터)을 선보인다.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처음 소개된 멀티미디어 음악극 '늙은 뱃사람의 노래'로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된 타이거 릴리스는 오페라와 집시풍의 카바레 음악, 보헤미안 풍의 노래를 혼합한 듯한 독특하고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밴드다. 이번에는 '햄릿'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들을 골라 21개의 곡을 입혔다. 내레이터 역할의 마틴 자크가 부르는 노래와 햄릿 역의 배우 카스파 필립손의 매혹적인 대사를 교차, 서정적이고도 몽환적인 '햄릿'을 만들어낸다.

◇한국 창작 초연과 도전

작가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3월 4~27일 명동예술극장)이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한국과 프랑스 연극인들의 공동 작업으로 무대화된다. 올해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적인 화려한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 프랑스 현대작가 발레리 므레장이 각색,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작업하는 리카르도 헤르난데스가 무대를 맡았다. '빛의 제국'은 서울 공연 이후 5월 프랑스 오를레앙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 국립극단과 첫 호흡을 맞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고선웅은 창작 신작 '한국인의 초상'(3월 소극장 판·가제)으로 다시 한 번 국립극단과 호흡을 맞춘다. 지난 반세기,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진보를 거듭해 온 현대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과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조명한다.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들여다본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은교'가 영화에 이어 연극(11월 예정)으로 재탄생 한다. '연극열전6'의 내년 마지막 작품이다. 예술적 천재성을 지녔으나 늙어버린 육체의 노시인과,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젊은 제자 그리고 이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열일곱 소녀를 통해 욕망과 사랑, 동경과 갈망, 근원적인 외로움을 그린다.

국립극단은 또 올해 '더 파워'로 실험성을 인정 받은 독일 극작가 니스 몸 스토크만의 신작 '코리안 3부작' 중 한 작품(10~11월 명동예술극장)을 무대에 올린다. '더 파워'로 자본주의에 구속된 우리의 모습을 그린 스토크만은 이번에 부패에 대해 다룬다.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6~7월 소극장 판)은 떠오르는 신인연출가 박지혜가 함께한다.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연출이자 이자람, 여신동 등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주목받는 연출이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그녀만의 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차범석희곡상과 김상열연극상, 2014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을 받은 장우재 연출의 신작(10월26일~11월6일 LG아트센터)도 기대작이다. 조선시대 문인 성현이 쓴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온다. 문인인 경숙과 기지, 그리고 무사 회옹. 이 세 사람이 임금의 폭정을 피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며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깨달음을 그린다.

◇외국 라이선스 초연·해외 극단 내한공연, 그리고 실험

라이선스 초연 작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건 라이선스 연극 '렛미인'(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원제 렛 더 라이트 온 인)이다. 비영어권에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스웨덴 영화 '렛미인'(2008)이 바탕이다. 스웨덴 영화감독 토머스 알프레드슨(50)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결손 가정의 외로운 소년 '오스카'의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그렸다. 2010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연극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하고 역시 동명영화가 바탕인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올리비에상을 받은 존 티파니가 연출했다. 2013년 스코틀랜드 던디 렙 시어터에서 초연한 최신작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괴물 신인'으로 주목받은 배우 박소담이 이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해 눈길을 끈다.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올라퍼 아르날즈가 음악을 맡은 점도 주목거리다.

독일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예술감독이 이끄는 샤우뷔네 극단의 '민중의 적'(5월 26~28일 LG아트센터)이 내한공연한다. 오스터마이어는 앞서 '인형의 집-노라'(2005년 LG아트센터), '햄릿'(2010년 남산예술센터)으로 한국에서 이미 호평 받은 바 있다. 특히 입센, 셰익스피어 등 고전을 21세기 신세대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스타일리시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는 입센의 사회문제극 '민중의 적'이다. 작품의 배경을 19세기 노르웨이에서 21세기 베를린으로 옮겨 놓는다.

프랑스의 대표작가인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 '아버지'(7~8월 명동예술극장·연출 박정희), '어머니'(7~8월 명동예술극장·연출 이병훈)가 국립극단 제작으로 한국에서 초연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그를 둘러싼 주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독특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린 '아버지', 성장한 자녀를 떠나보내고 빈 둥지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어머니'. 고령화 사회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의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동예술극장에 설치된 동일한 무대 위에서 이 두 개의 전혀 다른 작품을 교차 상연한다.

연극열전6의 두 번째 작품인 '킬 미 나우'(5~6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는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의 최신작이다. 올해 런던 공연 당시 성(性)과 장애, 죽음 등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한 솔직하고 대범한 접근과 신체장애를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 받았다.

◇또 다른 고전의 재해석도 여전

2014년 '리처드 2세'로 셰익스피어의 진수를 선사했던 펠릭스 알렉사가 안톤 체홉의 '갈매기'(6월 명동예술극장)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11~12월 백성희장민호극장)로 다시 한 번 국립극단과 협업한다.

노르망디 국립극장 극장장을 역임한 연출가 장 랑베르 빌트는 2012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로랑조 말라게라와 함께, 국립극단과 손잡고 프랑스 대표 극작가인 마리 콜테즈의 문제작 '로베르토 주코'(9~10월
명동예술극장)를 공동 연출한다. 친어머니를 비롯해 무수한 여자를 죽인 살인마 로베르토 주코의 세상이 실험적이고 독특한 미장센으로 구현된다.

국립극단은 또 2012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동제작하며 교류 협약을 체결한 중국국가화극원과의 지속적인 교류사업의 하나로, 최근 영국 글로브극장 투어 및 유럽 해외공연으로 호평을 받은 왕 시아오잉 연출의 '리처드 3세'(4월 명동예술극장)를 초청한다.

한국 명작의 재해석도 활발하다. '이영녀' '토막'으로 우리 창작극의 레퍼토리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은 국립극단이 올해도 대표 기획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선보인다.

1996년 발표된 '국물있사옵니다'(4월 백성희장민호극장·연출 서충식)는 작가 이근삼의 대표작으로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할 수 있는 코믹 풍자극이다. 한 청년의 세속적인 출세기를 통해 출세주의와 배금주의 풍조의 아이러니함을 묘사한다. '혈맥'(4~5월 명동예술극장·연출 윤광진)은 사실주의 희곡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김영수의 작품이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과 긍정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한국 근대 리얼리즘극의 백미로 통한다. '산허구리'(10월 백성희장민호극장)는 극작가 함세덕의 첫 희곡이다. 자식을 바다에 잃은 어머니의 비극을 한국적으로 그린 극사실주의 작품이다.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를 모델로 했다.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고선웅이 연출한다.

◇화제작 재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가 20주년 기념 무대(1~2월 명동예술극장)를 꾸민다. 국립극단과 날보러문화전문회사가 손잡았다. 출연진을 OB·YB 팀으로 나누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우무대가 1996년 2월 문예회관소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첫 공연부터 약 10년간 작가 김광림이 연출까지 맡았다. 이후 박광정의 연출로 두 차례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이 공연의 조연출을 맡았던 변정주가 2006년부터 이어받아 작년까지 꾸준히 공연을 해왔다.

작·연출가인 김광림이 10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권해효(김 형사), 김뢰하(조 형사), 유연수(박 형사, 류태호(용의자), 황석정(남씨 부인), 이항나(박 기자), 공상아(미스 김)가 OB로 한 팀을 이룬다. 이 연극의 사내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은 이대연은 수사팀을 책임지는 김 반장으로 합류한다. 작년 공연에서 김 반장 역을 맡고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차순배가 멀티 역인 친구·우철 역으로 캐스팅됐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4월 9~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가 차범석 타계 10주기를 맞아 공연된다. 제6회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배우 신구, 손숙이 부부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며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했다. 2016년 역시 초연부터 함께해온 배우들이 모두 참여한다.

신시컴퍼니의 대표적인 연극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레드'(6월5일~7월1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가 올해도 관객들을 찾는다. 지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밀도 있는 드라마와 2인극 답게 두 남자 배우의 연기 대결이 일품이다.

마니아층을 보유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라이선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1월 오픈런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도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아홉 색깔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연극이다.

코미디, 서스펜스, 하드보일드 각기 다른 세 장르의 작품을 교묘하게 엮은 옴니버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7~9월 예정)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객석을 50석씩 양쪽으로 나눈 뒤 그 가운데 만든 무대에서 배우들의 호연이 곁들여진, 2015년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정춘옥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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