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5일 CJ그룹 이재현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죄질이 그만큼 무겁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심각한 건강상태와는 별개로 "죄책이 무거워서"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 측이 재상고를 하더라도 사실상 그를 구제할 방법은 현재로선 전무한 상황이 됐다.
이런 판단은 현재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회장 건강상태 양형 판단에서 배제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회장의 심각한 건강상태를 양형 요소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건강 문제는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 형 집행과 관련된 문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8월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시작한 후 1년 4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가 됐지만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서 양형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사안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재판부는 이 회장이 대기업 총수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 임직원을 동원,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것에 대해 상당히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죄책이 가볍지 않다',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등의 표현을 통해서도 재판부의 이 같은 입장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재벌 총수라 해도 법질서를 경시하거나 개인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를 경우 재발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기업 경영 정착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건강상의 문제를 배제하고 나면 적절한 양형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결국 그동안 재판부가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얼마나 고려할지가 관건이었는데 결국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났으니 이 회장을 구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J 현 정부 기업수사 첫 타깃…탄탄한 내사로 공소유지 가능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첫번째로 진행된 대기업 수사였다. 지금은 무색하게 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범죄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그 이유를 검찰 안팎에선 충분한 내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3년 CJ그룹을 수사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윤대진 부장은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있으면서 CJ그룹을 내사했었다.
특히 2008년 9월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44)씨의 살인청부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4000억원대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실체가 드러났다. 특히 이씨의 USB에는 차명재산 운용내역, 미술품 거래내역, 무기명 채권 상속내역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당시엔 차명재산의 출처를 밝혀내는데 실패했지만 꾸준히 자금 추적을 한 끝에 결국 이 회장을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내사가 탄탄했던 탓에 이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공개수사가 시작된 후 거의 한달여만에 이 회장을 구속시킬 수 있었다.
이어 배임, 횡령, 조세포탈 등 이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검 중수부에서 오랫동안 내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모두 유죄가 인정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탄탄한 내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