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경영난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던 좀비 중소기업의 호흡기를 뗀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175개 기업 가운데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105개는 은행지원이 중단돼 사실상 퇴출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70개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다. 전년보다 40% 증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1934곳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세부평가를 진행한 결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175곳을 선정했다. 이는 전년의 125개에서 50곳이 늘어난 규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증가해 세부평가 대상이 약 20% 늘어나고, 채권은행도 평가 기준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 가운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C등급 기업은 모두 전년 대비 16곳 증가한 70곳으로 집계됐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없어 앞으로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D등급 기업은 105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34곳 증가했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 과정에서 경기 영향이 컸던 12개 업종 중소기업에 대한 세부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이 가장 많았던 업종은 제조업으로 전년 대비 38.15% 증가한 105곳, 이 중 D등급 기업은 54곳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제조업 가운데 전자부품 기업은 19곳으로 전년 대비 5곳 증가, 기계 및 장비와 자동차 기업은 14곳, 12곳으로 각각 5곳, 6곳이 늘었다. 구조조정 대상 식료품 기업도 7곳이 증가한 10곳으로 평가됐다.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운수 업종이 9곳으로 5곳이 늘어났다. 도소매업과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은 14곳, 8곳으로 각각 3곳씩 증가했고 부동산업도 1곳이 늘어난 13곳으로 평가됐다.
이들 연명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채권은행의 추가 적립금 규모를 약 4504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9월말까지 3020억원을 이미 적립하고 있어 국내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생 불가능한 기업이 지속 지원받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옥석 가리기 차원에서 단행된 평가였다"며 "앞으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현장점검 등을 진행해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과 자구계획 등이 진행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D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 기관의 금융 지원이 중단, 자체적으로 정상화 하거나 법원에서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도록 유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