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몹시 무계획적인 '플랜맨'…그래서 더 대단하다

  • 등록 2014.01.12 1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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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째깍째깍’ 시계 소리에 민감하다. 1분1초 단위로 계획을 세워놓고 살아간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기까지는 많은 계획이 필요하다.

영화 ‘플랜맨’(감독 성시흡)의 ‘정석’이다. 강박·결벽증이 있어 매사에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삶이 답답하고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정재영(44)은 ‘정석’을 “현재를 사는 현대인”이라고 정의했다. “1초 단위까지는 아니지만, 영화 속 정석의 행동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일정 하나가 뒤틀려도 예민해진다. 시간이 금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계획이 어긋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산만해지는 정석과 달리, 정재영은 시간의 노예를 거부했다. 심지어 결혼 때 예물시계도 생략했다.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시계가 있으면 계속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촬영할 때 빼놓고는 게으른 삶을 즐긴다”는 고백이다.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생활한다. 계획도 안 세우고 일을 저지르지도 않는다. 운동도 안 하고 취미도 없다. 게으른 사람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 취미를 가지려고 해도 골프는 말도 안 되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또 추운 겨울에도 운동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시도해본 적은 있다. 테니스, 골프, 심지어 낚시도 해봤다. 하지만 다 안 맞더라. 공부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야구 경기를 봐도 선수 이름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가서 보려니 재미가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 걸 의무적으로 취미로 만들려고 하니 애정이 안 쌓이는 것 같다. 지금은 다 실패하고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게 취미가 됐다. IPTV 때문에 영화도, 방송도 볼 게 많다. 여행도 TV를 켜 놓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런 정재영이 ‘플랜맨’을 연기한 게 놀라울 정도다. 전에 해보지 않은 코미디 장르를 택하면서까지 말이다. “외줄 타기를 누가 잘하느냐의 싸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절제하면 밋밋하고 과하면 안 한만 못한 장르다. 육체적으로는 고생이 덜하지만, 조절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중심은 진심에 뒀다. “진실하게 연기하는 게 기본이었다. 드라마나 캐릭터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 웃기려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 관객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 있다. 그런 장면이 몇 번 이상 반복되면 큰일이 난다. 코미디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창정, 김수로, 차태현이 연기하면 또 다른 스타일의 ‘정석’이 탄생한다. 나는 몸으로 웃기는 재주가 없다. 대중적이지 못한 편인데 다행히 이번 영화는 캐릭터가 보이는 작품이라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껏 연기한 작품 중 가장 과장한 인물이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과정 자체는 즐거웠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유쾌하게 찍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1996년 연극으로 데뷔해 19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아직도 “현장이 즐겁다”며 일 자체를 즐긴다.

“물론 힘든 적도 있다. 연기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할수록 새로운 걸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처음 연기할 때는 어설플지언정 신선함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수는 하면 안 되고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매번 성형수술을 할 수도 없고. 또 목소리와 성대를 바꿀 수 없지 않느냐?”고 눙쳤다.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정재영은 ‘플랜맨’으로 관객을 만나자마자 바로 배우 현빈과 찍은 ‘역린’으로 관객을 다시 찾아온다. ‘이끼’ 중 할아버지 이장 역할을 비롯해 조폭 두목, 결벽증 총각 등을 거쳐 찾은 내시 역할이다. 오래된 배우에게 오는 매너리즘, 그것은 배우 정재영과 동떨어진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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