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사재기 의혹…유통심의위는 부당압력 의혹

  • 등록 2015.08.03 09: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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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사 문학 에세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출판유통심의위원회 관계자가 신생출판사의 신간 문학 에세이와 관련해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며 베스트셀러 순위서 빼라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을 맡은 출판계 자율 심의 및 규제기구인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회의를 열어 신생 K출판사의 신간 문학 분야 도서 2종의 일부 구매 행위에서 사재기 의혹을 적발했다.

위원회는 출판계 자율규약에 따라 주요 서점의 판매 순위 목록에서 해당 책을 삭제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K출판사 측은 즉각 유통심의위 조치의 효력 중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단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각 서점의 판매순위 목록 제외 조치의 효력은 중지됐다. 유통심의위는 가처분에 불복해 즉시 항고했다. 그러나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K출판사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상당한 이미지 추락과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됐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고 전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판결문에서 "신청인 제출의 소명자료에 의하면 심의 결정의 집행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판결선고 시까지 그 집행(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고,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조치의 본안 사건 판결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도 유통심의위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K출판사 관계자는 "유통심의위 관계자가 법원의 가처분신청도 무시하고 대형 인터넷서점에 전화를 걸어 우리 책을 판매순위 목록에서 계속 제외하라고 압력을 가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기존 출판사들의 대표나 간부들로 주로 구성됐다. 신생출판사에 대한 견제 또는 탄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해당 출판사의 어떠한 소명 기회도 없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이라고 알렸다.

김일환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사재기 의혹을 단정할 수 없다. 현재로써는 법원의 판단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 관계자들이 출판 전문가들이라 사재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해도 정황증거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K출판사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심의위에서도 동의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팀장은 "서점 5곳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출판사의 중복 구매와 중복 수령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사재기로 의심할 만한 정황증거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고 확신했다.

그런데도 가처분 결정이 난 것과 관련해서는 "법원에서 우리에게 소명할 기회를 안 줬다"고 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인 성의현 출판사 미래의창 대표도 사재기가 확실하다는 견해다. 그는 "각 단체 대표들이 사재기로 의결할 때는 어느 정도 확정적인 증거가 없이는 어렵다"며 "A출판사의 사재기 의혹과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는 시기가 되면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김영사 사태와 신경숙 표절, 자음과 모음 사건 등 최근 들어 출판계에 지저분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언론사 문화부 관계자들과 친하니 기사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편 K출판사 측은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제시한 베스트셀러 기준가이드를 살펴보면, 1인 1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단체 구매의 경우 서점에서 그 수량의 약 20%를 판매 수량으로 간주해 베스트셀러 집계를 하고 있다. 그 집계 경위에 대해서는 이런 기준가이드에 따른 서점의 독자적인 판단이다. 이를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정춘옥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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