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대출수요가 늘어나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마저 대출을 엄격히 관리할 경우 대기업의 자금조달은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지난해 4분기 6에서 올 1분기 9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출수요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부터 100까지 분포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대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 등 일부 취약업종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추가 부실 우려로 국내은행은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2분기 0을 기록한 이래 3분기 -3, 4분기 -6, 올 1분기 -6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에 대한 자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계 부문 역시 대출태도와 대출수요가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계 주택자금(6→6)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시장점유율 제고 등을 위해 완화적인 태도가 유지되겠지만 일반자금(3→0)에 대해서는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소폭의 완화 기조'에서 '중립'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택자금의 대출수요는 22에서 16으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대책과 관련한 한시적 세제 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된 탓이다. 일반자금은 완만한 소비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낮은 수준(6)의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전분기와 같은 22를 나타냈다.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업황부진 업체들의 자금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태도지수 역시 전분기에 이어 4를 기록함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완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 분기부터 상호저축은행과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도 발표했다. 상호저축은행(29조원)과 신용카드회사(18조원, 카드론 기준)의 대출자산은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은행 대비 각각 2.5%, 1.5% 수준이다.
1분기중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의 경우 주택자금(-4→4)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가 누그러지겠으며, 신용대출 위주의 일반자금은 서민금융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중립(-4→0)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회사는 카드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하락압력이 지속돼 중립(0)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