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어떤 연기 완벽주의자…‘변호인’ 속 눈물샘

  • 등록 2014.01.05 09: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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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에서 송강호씨와 처음 연기를 했습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는데 막 긴장이 되는 거에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하니까 갑자기 저도 잘 하고 싶어졌나봐요. 송강호씨보다 잘 할 수 있을지 제 자신한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송강호 못지 않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40년을 연기한 배우가 조바심을 느꼈다는 말을 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를 보고 조바심을 느낀다는 것, 그것은 결국 경쟁심에서 나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그 경쟁심은 내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이 아닌가.

그 순간 탤런트 김영애(63)에게서 오랜 세월 활동한 연예인에게 붙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빼앗아오고 싶었다. 그저 ‘배우’라는 단어 하나가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정이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이었느냐고 물었다. 김영애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라이벌 같은 감정이 아니었어요. 연기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만 잘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잘 해야 했어요. 망신당하기 싫었거든요.”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마지막 말 한 마디에 욕심을 드러내 보였다. “김영애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연기에 대한 김영애의 치열함은 ‘변호인’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센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김영애라는 배우가 정말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순애’는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천성적으로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지 말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는 부담감보다 배우로서 내가 가진 색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답했다.

김영애의 선택은 옳았다. 대중은 ‘우석’을 연기한 송강호(48)에게만 찬사를 보내는 게 아니다. 김영애 또한 송강호 못지 않은 칭찬을 들었다. 그 칭찬은 역시 그녀의 눈물 연기를 향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눈물을 보면서 관객이 눈물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묘한 것은 그녀가 눈물을 흘릴 때보다 눈물을 기어코 참아낼 때 객석의 울음 소리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던 김영애는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진지해졌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보다 얼마만큼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중요한 것은 배우의 감정이 아니라 배우를 보면서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라는 것이다. 김영애는 “관객이 감동을 느끼려면 관객보다 배우가 먼저 울면 안 된다”며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는 건 배우의 절제된 감정일 확률이 크다”고 설명했다.

눈물에 대한 김영애의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을 들으면서 그녀는 눈물 한 방울도 허투루 흘리는 배우가 아님을 알았다. 이 완벽주의자의 예민함은 법정 장면을 이야기할 때 극에 달했다. “그 장면에서 멍 때리고 있는 표정이 있어요. 정말 맘에 안 들어요. 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을 들어내고 싶어요. 왜 그런 바보같은 표정을 지었는지 몰라.”

김영애를 만난 날 ‘변호인’은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정말 기쁘다”고 했다. ‘변호인’의 놀라운 흥행 성적을 “보너스”라고 표현했다. “흥행과 시청률은 덤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해 연기했느냐죠. 흥행 성적이 좋지 않거나 시청률이 낮아도 보는 사람은 있잖아요.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해요. 그게 더 중요한 거잖아요.” 과연 연기 완벽주의자다운 답변이다.

 

 


연예뉴스팀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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