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는 저(低)물가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을 우려하는 금통위원들이 상당했다.
31일 한은이 공개한 1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반드시 높아질 것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기조가 상당히 우려할 정도로 대두되면서 물가 오름세를 상쇄하는 요인이 되고 있고 올해 들어 근원인플레이션(core inflation)도 거의 변동이 없어 체계적인 저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상황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은 물가 수준이 낮은 경우 예측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공식물가지수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는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현재 1% 초반에서 내년에 1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3%까지 높아진다고 전망한다면 분명히 통화정책적 의미를 갖게 된다. 물가 전망시 중기물가안정목표로의 회귀 가능성에만 초점두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다른 위원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가 주요 선진국 대비 1%포인트 가량 높게 설정돼 있다"면서 물가안정목표의 조정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선제적 안내)의 부작용을 근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려던 의도가 부정확한 전망으로 인해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를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미국식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한 영란은행은 실업률 조건이 예상보다 조기에 이뤄지면서 예측력에 비판받고 있다"면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증진되느냐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당장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행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선진경제에 비해 전망 작업이 매우 어려운 우리에게는 이 정책을 시도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는 7명 금통위원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