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러시앤캐시는 외국인 투자기업"

  • 등록 2013.12.29 1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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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 러시앤캐시(에이앤피파이낸셜 대부) 회장은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한국에서 회사를 설립한 뒤 10년 이상 시장 개척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고 자부한다.

최 회장의 일본 이름은 '야마 준'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일본 이름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는 대신 "나는 일본에서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러시앤캐시 역시 '한국인 돈'으로 만들어진 국내 대부업체"라고 강조한다.

최 회장과 러시앤캐시의 다짐은 본인들 손으로 만든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광고에는 러시앤캐시에 취직한 딸에게 "거긴 좀 그렇지 않니? 이자가 높다고 사람들이…"라며 말끝을 흐리는 엄마의 걱정이 등장한다. 대중들에게 러시앤캐시는 '좀 그런 곳'임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오랜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나는 일본인이 아니고 재일교포 3세"라며 "한국인이 한국에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 일본계로 오해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러시앤캐시는 최 회장이 일본에서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한국에서 창업한 회사다. 한국 국적을 고집한 탓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에 어려움을 겪자 스물다섯 살 때 창업에 나섰고, 일본 전역에 체인을 보유한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대부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일본의 대부업체 A&O가 부도로 쓰러지자 이를 를 인수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최 회장은 러시앤캐시 설립 이후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다. 일본으로 이익을 빼돌린다는 '국부유출' 논란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최 회장과 러시앤캐시를 규정짓는 단어는 '일본계 대부업체'다. 배구단 창단에 대학생 장학금 지원까지 사회공헌에도 열심인데도 소비자와 대중은 '좀 그런 곳'이라는 인식을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다.

뿌리 깊은 선입견에 관한 근거는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금융당국에 자신들을 일본계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앤캐시측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최 회장은 한국인이며, 러시앤캐시는 한국인 자본으로 세워진 토종 대부업체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이 들이댄 근거에 러시앤캐시측은 머쓱해졌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1998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된 서류를 꺼내들었다고 전해졌다. 이 서류에는 러시앤캐시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적어도 러시앤캐시의 기업활동에 관한 한 법적으로 최 회장은 외국인이며, 러시앤캐시 역시 일본계 기업인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를 인수한 호주계 기업이나 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자본도 많지만 이들이 자신의 국적에 관해 당국에 항의하는 사례는 없다"며 러시앤캐시의 돌출행동을 의아해 했다.

그는 "'일본'과 '대부업체'라는 두 단어가 결합되면서 듣는 이에게 묘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본인들이 싫다고 당국이 태생을 바꿔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민재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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