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할로 온전히 존재하고 싶다"…강하늘의 '순애보'

  • 등록 2015.02.18 09: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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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라는 말은 사어(死語)에 가깝다. 순수는 '순진'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흔히 '어리숙함'과 유사한 뜻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순수한 사람'이라는 말은 더는 칭찬이 아니다. 묘한 것은 사람들이 순수함을 비웃으면서도 그것을 동경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순애보적 사랑은 대부분 사람에게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다.

배우 강하늘(25)은 "'순수'라는 단어가 좋다"고 말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순수의 시대'를 그가 택한 이유는 제목부터 끌려서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모든 걸 다 주는 사랑을 담은 이야기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강하늘은 "순수함은 치열함과 비슷한 의미로 느껴진다"고 했다.

 '쎄시봉'은 1970년대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청춘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강하늘은 이 영화에서 실존 인물인 가수 윤형주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윤형주는 쎄시봉이 낳은 스타였다. 그는 특유의 미성으로 지금의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를 누렸고 송창식과 함께 듀엣 '트윈폴리오'를 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 중 윤형주는 '쎄시봉' 서사의 중심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생각보다 분량이 적다. 주인공은 정우가 연기한 가상 인물 '오근태'다. 강하늘이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촬영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현재 그의 인기를 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 아쉬울 법도 하다. 강하늘은 영화에서 흡사 윤형주와 같은 미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언할 수 있어요. 단 한 번도 분량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어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요. 배우는 작품 안에 있으면 돼요." 강하늘은 이렇게 말하면서 드라마 '미생'에 출연했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가 '장백기'를 연기할 때 머리를 넘기고 안경을 썼는데, 모두 그 스타일을 반대하더라고요. 저한테 잘 어울리게 머리를 내리고 더 예쁜 안경을 쓰라면서요. 근데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나한테 장백기를 맡기고 강하늘한테 어울리는 걸 하라고 하지?'라고 말이에요.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타일을 바꿨다면 장백기한테 정말 미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가 가장 멋있을 때는 그 역할로 온전히 존재할 때인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가 '미생'을 끝내고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분 좋았던 말로 '장백기가 너인 줄 몰랐어'를 꼽았다.

그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그가 공연한 연극 '해롤드&모드'는 매진됐다. 한국 연극의 간판 박정자와 함께한 작품이었지만, 강하늘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막 이십 대 중반에 접어든 이 청년은 나이답지 않은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혹시 이것도 꾸며낸 말은 아닐까. 그래서 더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언제부터인가?' '어떤 계기가 있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연기는 무엇인가?' '연기 철학이 왜 필요한가?' 등이었다.

강하늘은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연기에 대해 말하는 게 민망하고 조심스럽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갔다. "고3 때,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한 선생님이 제게 두 가지를 만들라고 하셨어요. '너의 예술관을 설명하라'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배우는 무엇인가'였죠."

그는 "나의 예술은 관객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고, 배우는 예술 작업을 위해 작품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짚었다. 이어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생각이 흔들린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고 했다. "예술은 표현인데 그 표현에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죠."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는 게 제 좌우명이에요. 저를 위해 존재하는 작품은 없다고 봐요. 앞만 보는 사람은 되기 싫습니다."

강하늘은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 '왜 예술을 하는가' '왜 연기를 하는가' '왜 배우를 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의 대본은 스스로 써놓은 '왜'라는 단어로 가득 차있다. "그런 성격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연예뉴스팀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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