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를 정면 반박했지만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한국경제, 일본 닮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일 양국의 성장세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양국 모두 국내 투자 침체가 지속되는 반면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는 산업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1990년대 1.5%에서 2000년대 들어 0.9%로 하락했다. 한국 역시 같은 기간 6.7%에서 2.3%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1.9%에 머물고 있고 한국은 최근 3%대 후반으로 급락하고 있다.
연구원은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특히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일본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0~1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는가 1995년 65.2에서 2015년 202.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 역시 20.0에서 94.1로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은 한국이 일본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4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1.39명으로 일본보다도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 및 건설 투자가 부진한 것도 닮았다. 일본은 지난해 도시자역의 평균 토지가격지수가 54.2까지 하락해 1970년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건설투자도 1992년 84조엔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난해 45조3000억엔으로 1970년대 후반과 비슷한 규모를 나타냈다.
한국의 경우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2011년 중반 이후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는 2009년 159억2000조원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난해 143억원으로 줄었다.
다른 민간 연구기관에서도 일본처럼 우리도 디플레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잇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 10월 발표한 '한.일의 저성장 비교, 일본화 경계 필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은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성의 변화가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일본식 디플레를 경고했다.
연구소는 "한국도 자산가격 하락에 의한 구매력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하우스푸어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부동산 부문이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원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도 일본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부사장은 최근 전국은행연합회가 발생한 '월간금융' 기고문에서 "주택 버블이 일본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본과는 달리 가계가 주택구입에 따른 대규모 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의 고통이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일본과 같은 디플레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