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9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58.0원)보다 5원 하락한 1053.0원으로 시작해 장 초반 1052.0원까지 내려갔다.
지난 10월24일 장중 기록했던 연저점인 1054.3원을 밑돈 수치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050원은 방어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지만 올해 안에 1035원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
이미 역외에서 연저점이 깨졌고 당국이 특별히 연저점을 방어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하락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연저점이 깨진 이후 지지선은 2011년 기록한 연저점인 1048원대일텐데, 이마저 뚫린다면 올해 안에 1035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취업자수가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고용 지표가 높게 나온 것이 세계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출구전략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양면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원화 강세 흐름이 계속되는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이 크다. 달러가 들어오는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외국 자본들도 신흥국에서는 머물기가 힘들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한국으로 오는 측면이 있다. 당국에서는 경제기초체력(펀더멘탈)에 따른 달러화 유입과 투자자금의 유입을 주시할 것이다.
◇유환종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
원·달러 거래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네고물량(달러화 매도) 위주로 수급이 밀리고 있다. 1050원대 밑으로는 마땅한 지지선이 안 보여서 연말까지는 이 수준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테이퍼링 이슈가 조기에 부각될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충격타로 작용한다고 보지 않는다. 대외 이슈보다는 경상수지 흑자 등이 환율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이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저평가된 원화가 절상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면서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이 좋은 상태다. 환율이 추가 하락할 여지는 있다. '어느 선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1000원 밑으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예상했던 속도보다 빨리 하락하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적응하기가 힘들 수는 있다. 연말까지 속도조절은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향안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을 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은 있을 것이라 환율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고 본다. 연평균 1040~1070원대를 나타낼 것이다. 테이퍼링이 내년 1분기에 시작된다고 가정한다면 연말까지는 환율이 떨어지다가 내년 초에 반등할 여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