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은행과 카드업계의 제휴 강화를 당부했지만 은행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체크카드 선택권도 제약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삼성·현대·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와 은행의 체크카드 발급을 위한 제휴는 롯데카드와 외환은행(9월), 삼성카드와 기업은행(10월) 등 단 2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은행권이 동일 계열 카드사가 아닌 카드사에 대한 계좌 제휴에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올 4분기까지 시정토록 행정 지도에 나섰지만 은행권은 이를 애써 무시하는 상황이다.
또한 대책 발표 전후에 체결된 카드사와 은행 간의 제휴도 보여주기식 협약인 경우가 많았다.
기업계 카드사 중 제휴은행을 가장 많이 보유한 롯데카드의 경우 4일 현재 국내 17개 은행 중 14곳과 체크카드 계좌를 연계할 수 있는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능인 'ATM 현금 입출금 기능'까지 포함해 제휴를 맺은 곳은 우리·신한·외환·산업·하나은행 등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은행은 단순히 계좌만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다.
현대카드는 우체국을 제회한 7개 은행과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지만 롯데카드와 마찬가지로 우리·신한·산업은행 등 3곳 은행과의 제휴만이 현금 입출금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8개 은행과 계좌에 대한 제휴를 맺고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지만 국민·우리·신한·SC·경남은행 등을 제외한 3곳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현금 입출금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현금 입출금 기능이 없는 체크카드의 경우 상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 중 대부분이 현금카드와 체크카드를 동일시 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좌연결을 위한 제휴도 분명 큰 성과이기는 하나 현금 입출금 기능을 포함한 제휴가 아니면 큰 효과를 기대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이같은 정책은 같은 계열의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제휴를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계 카드사들은 보다 공정한 환경에서 체크카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체크카드를 활성화할 것을 지도하고 있지만 이런 지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체크카드 이용액을 보면 삼성·현대·롯데카드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기업계 카드업체의 한 관계자는 "특정 은행에서 일정 비중 이상은 계열사의 체크카드를 발급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은행과 카드사의 제휴에 입출금 기능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어야 기업계 카드사도 체크카드 활성화에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계 카드사가 체크카드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장벽이 존재하면 고객들이 다양한 체크카드 상품을 접할 수 없어 소비자의 선택권도 크게 침해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