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 통합의 속도나 화폐교환비율에 따라 통일의 경제적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금융포럼 환영사를 통해 "남북간의 통화 통합은 경제 통합의 기본이 되는 핵심 현안"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통화 통합이 경제논리만을 중시해 교환비율을 결정하면 정치사회적 안정이 저해될 수 있고 정치사회적 요소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경제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북한의 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해 외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투자재원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금융부문의 일차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금융의 역할은 남북한 경제 통합의 유형과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해 각각의 경우에 요구되는 금융의 역할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이전에도 북한과의 통화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차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통일이 원만하려면 (중앙은행이) 미리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서둘러 할 일은 아니더라도 기초작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은 내에 통일 관련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새로 만들겠다는 뜻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