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4개월 새 세 번째…다음 카드는 ‘보유세 인상’일까

  • 등록 2025.10.28 1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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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출 규제·9·7 공급 대책 이어 10·15 안정화 방안까지
집값 기대심리 4년 만에 최고…정부, 세제 카드 만지작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 그리고 최근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까지 모두 시장의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되레 높아지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 급등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다음 단계로 ‘부동산 세제’, 특히 보유세 인상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 6억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2억원으로 묶는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레버리지에 의존한 매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거래량이 급감했을 뿐,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9월 7일에는 공급 확충을 골자로 한 대책이 나왔다. 2026~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고, 민간 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급은 중장기 계획에 불과했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어 발표된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청약·세금 모두에서 추가 제약이 걸렸다.

연이은 대출 규제로 시장은 빠르게 경직됐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급매물 전화조차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투기 수요 억제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까지 접근성이 막힌 ‘역효과’가 뚜렷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살 수 없게 하는 규제가 집값을 낮추지는 못한다”며 “결국 가격은 유지되고 거래만 사라지는 비효율적 시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다음 카드는 세제 개편, 특히 보유세 강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감 자리에서 “보유세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며 정책 전환의 신호를 보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1주택자 기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인데, 이를 80%로 되돌릴 경우 보유세 부담은 약 25%가량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시절 95%까지 올렸을 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은 공개적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미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문제를 건드리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OECD 주요국의 경우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에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1%p 오르면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이 1.15%p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효과가 미미했다.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2005년 전후를 제외하면, 세율 인상이 주택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1주택자 공제, 고령자 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각종 예외 규정이 세 부담을 완화시키며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가 단독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세금만 올리면 매물 잠김(록인 이펙트)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보유세 인상은 다주택자에 매도 압박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거래세나 양도세 완화로 퇴로를 마련해줘야 시장이 정상 순환된다”고 말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떠나,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세금의 쓰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세 강화로 걷은 세금을 임대주택 건설이나 청년 주거 지원에 투입한다는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국민 설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결국 부동산 보유세 논란의 본질은 ‘얼마나 걷을까’보다 ‘왜 걷는가’에 있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불평등 해소라는 정책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일관된 세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규제 피로감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철규 fdaily@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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