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9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이틀 만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위증 등 혐의로 공소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한 전 총리)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7일 기각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피고인은 대통령의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을 최고 헌법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할 것을 알고도 헌법 책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 행위를 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의 이러한 행위가 공직 이력 등에 비춰 비상계엄도 기존 '친위 쿠데타'와 같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자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고자 허위로 작성한 문서를 파기하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짓을 말했다"고도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앞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사전에 계엄 선포문을 알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에서 위헌·위법한 조항이 기재된 계엄 포고령을 이미 받았고, 송미령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재차 연락해 국무회의 참석을 재촉한 점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했음에도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단 판단이다.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적극적 방조행위'를 했냐는 질문엔 "국무회의 소집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정족수에) 필요한 국무위원 수에 대해서 4명이 필요하다, 1명이 남았다고 손가락으로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에 이러한 정황이 담겼단 설명이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종료 후 일부 국무위원들의 거부에도 계엄 선포문 관련 문건에 "서명을 하고 가라", "참석했단 의미니 서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한 정황도 파악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위치에 있는 한 전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이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16분 가량 계엄 관련 문건을 가지고 협의를 한 장면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후 "(계엄) 해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무조정실장의 요청에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연락이 와서야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재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기존 법원 영장에 대한 판단 선례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기각하는 경우 다시 변동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재청구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신속한 (기소) 처분으로 재판을 통해서 정의가 신속히 실현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박 특검보는 "방조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