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바라지 않겠다. 베이징 궈안을 이겨서 조 1위로 16강에 가겠다."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은 베이징(중국)과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6차전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회 16강 진출을 자신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현재 서울(2승2무1패·승점 8)은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위 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호주)·3위 베이징 그리고 4위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가 모두 승점 6점을 기록 중이다.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16강에는 조 2위까지 오른다.
최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현재 F조의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1위에 올라 있지만 요행을 바라지 않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홈에서 승리를 거두고 1차 목표인 조 1위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중국 프로축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베이징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서울은 지난달 11일 치른 베이징 원정에서 힘겹게 1-1 무승부를 거뒀다.
최 감독은 "베이징은 굉장히 터프한 팀이다. 특히 올 시즌 하대성과 파블로 바탈라와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며 "반대로 우리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 고 믿는다. 누가 팀 고유의 경기력을 더욱 잘 발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 서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분전하고 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3무5패) 밖에 챙기지 못했다. 부실한 득점력이 서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도 무엇이 문제인지 대해 잘 알고 있다. 경기력은 좋은데 내용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결국 골 결정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페널티킥·골대 불운 등이 이어지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돼 있다. 하지만 조바심을 떨쳐내고 득점 기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골이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팀 경기력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다. 부담감이 크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는가"라며 "내일 베이징을 잡고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가게 된다면 선수들도 한결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선수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명진(26)은 "현재 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에 있다. 하지만 비겨서 16강에 갈 생각은 없다"며 "내일 반드시 이겨서 1위로 16강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릎인대 부상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는 고명진은 "서울에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든 시즌인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해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내 가슴에는 서울이라는 엠블럼이 박혀있다. 서울의 선수라는 자긍심을 잃지 않고 경기장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많은 말보다는 당장 내일 경기에서 몸으로 증명해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확실히 지난해에 비해 팀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반전의 계기만 마련한다면 예전 서울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힘들지만 연말에 가서는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고명진이 최근 승리에 대한 조바심 등으로 인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지난 정규리그 경기에서 고명진을 제외시켰다. 그는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다. 고명진을 통해 큰 물고기(베이징)를 잡고 싶다"고 애제자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