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성공을 위한 헌신”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는 외환은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사고를 치고도 제대로 된 반성과 보상에 나서지 않아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대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무책임한 고객 관리로 멀쩡한 기업가를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린 것. 정확한 사용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아무에게나 신용카드를 발급해줌으로써 발생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30여년 외길 인생을 걸으며 신기술 개발에만 매진해온 부활환경(주) 전 대표이사 송대용씨. 송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법인카드가 발급됨으로써 30여년 공들였던, 이제 곧 열매를 맺기 직전의 단계에서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송씨는 외환은행을 상대로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투쟁 끝에 승소하긴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도대체 어떤 억울한 사연이 있는 것인지 본지가 송씨를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
◆적반하장, 잘못도 없이 살려 달라 애원…콧방귀만
송대용씨는 오랜 연구 끝에 연탄재를 활용한 획기적 수질개선 공법을 개발해냈다. 기존 활성슬러지공법과 비교해 송씨가 개발해 낸 연탄재 공법은 비용도 훨씬 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면서 고효율적이기까지 했다. 도시하수 등 폐수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같은 때 송 씨가 개발해낸 공법은 충분한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투자만 받아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서면 이른바 ‘대박’을 낼 수 있었던 단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송 씨에게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발급된 법인카드 한 장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지난 2006년 송 씨는 최모씨로부터 투자를 받아 부활환경(주)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외환은행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발급받았고, 이 법인카드는 투자자였던 최 씨가 관리하며 사용했다.
그러나 이후 얼마가지 못하고 송 씨와 최 씨는 의견 대립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결국 2007년 3월 최 씨가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대표이사직을 맡은 최 씨는 곧바로 회사명을 (주)부활이앤씨로 변경했고, 해당 법인 명의로 새로운 법인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최 씨의 신용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외환은행은 (주)부활이앤씨로 카드 발급을 거부했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어야할 최 씨는 송대용 씨가 대표로 있었던 부활환경(주) 명의의 법인카드에 다시 손을 댔다. 카드가 훼손됐다며 은행에 재발급신청을 한 최 씨는 재발급 받은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그러다 700만원가량을 갚지 못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문제는 카드 명의자가 송대용 씨로 돼 있었다는 것.
결국 송 씨는 자신도 모르게 카드를 재발급 받아 사용하고 돈을 갚지 못한 최 씨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등재되고 말았다. 우선적으로 송 씨에게 일언반구 없이 카드를 재발급 받아 사용한 최 씨의 문제가 컸지만 정확한 사용자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카드를 발급해준 외환은행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억울한 송씨는 법원까지 가서야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재판부는 항소심까지 가서 송 씨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가 발급된 점과 법인카드 실제 사용자가 최 씨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송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송 씨가 재판에서 승리하고 난 후 그에게 남겨진 것은 허망함 뿐이었다. 이미 인생을 걸고 매진해온 사업은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망가져버렸고, 억울하게 신용불량자로 내몰림으로써 가장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재판을 치르는 동안 겪은 아픔만큼이나 재판 승소 이후에도 아픔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송씨는 외환은행이 자신을 신용불량자로 등재할 당시 정부가 추진 중이던 ‘2010년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BD)’ 신청을 준비 중에 있었다. 송씨에 따르면 동 사업은 신성장동력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해 무보증, 무이자, 무담보로 정부가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었다. 송 씨는 또 당시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신기술 인증도 함께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외환은행의 일방적 신용불량자 등재로 인해 날아가 버렸다. 외환은행이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한 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송대용 씨는 억울함과 원통함에 가슴을 쳤다. “외환은행에 일단 신용불량자만 해제해 달라며 수차례 애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 된다는 말 뿐이었다”면서 “금융감독원에서도 외환은행이 카드 재발급 당시 사용자로부터 카드 재발급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등 일부 업무상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생 건 사업 모두 물거품 되는 데도 외환은행 ‘관심 없다’
송대용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신용불량자로 등재됐었다는 이유에 있지 않았다. 분명 억울함은 있지만 재판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는 송 씨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분개했다. 이 시기가 송 씨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씨는 “법적으로 따져 볼 수 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판결이 날 때까지 신용불량 등재만은 유보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애원을 했는데도…”라며 이미 새까맣게 타버린 속을 감추지 못했다.
송 씨는 그러면서 “1심 판결이 2009년 9월 16일에 났고, 제가 이겼다. 그리고 제가 신청하려던 정부지원 사업신청 기간은 11월 30일부터 12월 18일까지였다”며 “2심 판결은 2010년 3월 18일에 났다. 1심 판결 직후라도 일단 신용불량자만 해제해줬다면 사업신청은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억울함에 눈물까지 보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측에서는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다고 한다. 외환은행 측은 단순히 “송대용씨는 송대용씨의 명의를 빌려주고 신용카드 최초 발급 시부터 불법적으로 양도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관련하여 당행에서는 부정 양도한 건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가를 필요성이 있어 소송을 진행하였고, 법원판결에 의거 당행은 해당채권을 포기하는 등 사후적인 처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여전히 당당한 태도만 보이고 있어 개인의 삶을 짓밟으며 성장하는 외환은행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