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이 당시 돈이 없다고 자신의 가능성에 투자하면 보답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당돌한 태도가 마음에 들어서 승낙했죠."
20일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에는 생소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바로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의 개인 트레이너인 존 캐리(46)였다.
스캇은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캐리는 스캇이 직접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를 주고 고용한 개인 트레이너임에도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까지 체크해줘 이미 선수 및 구단 관계자들과도 친숙한 모습이었다.
캐리는 스캇과 어떻게 만났느냐는 질문에 10년이 훌쩍 넘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스캇이 2001년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후 나에게 전화를 했다"며 "팔꿈치가 좋지 않아 도움을 받고 싶은데 지금은 돈이 없다더라. 자신의 가능성에 투자하면 보답하겠다고 말해 흔쾌히 승낙했다"고 회상했다.
캐리는 당시 대학리그에서 홈런 4위를 차지하는 등 가능성을 뽐냈던 스캇을 도왔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200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스캇은 지난해까지 9시즌을 뛰며 통산 135홈런을 터뜨린 정상급 선수가 됐다. 2008~2010년에는 3시즌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기도 했다.
스캇과 캐리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14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캐리는 스캇을 빼고도 여러 메이저리그 선수를 관리한다. 지난해에는 스캇과 스캇 베이커(33·시애틀 매리너스)를 돌봤고 올해는 탬파베이의 영건 제이크 오도리지(24)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맡았다.
캐리는 14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스캇에 대해 "자제력이 대단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는 "스캇은 나이에 비해 빠르고 유연하고 강하다"며 "철저한 계획에 따라 먹고 자고 운동한다. 스캇의 근성과 자제력은 나도 놀랄 때가 많다"고 칭찬했다.
한편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캐리는 24일까지 일주일간 한국을 머물며 스캇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