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인기를 얻어 철 없던 시절도 있었죠.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제게 노래가 이렇게 소중했구나, 제가 노래를 이렇게 좋아하는구나를 깨달았죠."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가수 남진(68)은 8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이제는 노래 없는 남진은 생각할 수가 없다"며 즐거워했다.
1964년 1집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남진은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 '그대여 변치마오' '빈잔' '둥지'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1960~70년대를 풍미했다.
60편이 넘는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1971~73년 3년 연속 MBC 10대 가수왕에 올랐다.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남진의 가수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에 발표한 미니 앨범에는 타이틀곡인 '파트너'를 비롯해 '상사화' '신기루 사랑' '겁이나' '내 나이 5060' 등 총 5곡이 실렸다. "50주년에 대한 책임감이 있죠. 세월이 흐른만큼 좋은 음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음악이 '올드'해져 만든 '파트너'는 젊은 세대에게도 통할 수 있는 신나는 리듬의 곡이라고 소개했다. "신세대들하고 교감을 할 수 있는 곡이에요. 전 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리듬을 찾으려고 7, 8번 편곡 작업을 거쳤습니다. 요즘 리듬에다가 나이든 분들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리듬이죠."
이와 함께 슬로 록이라고 표현한 '상사화'는 연인이 곁을 떠난 뒤 입은 마음의 큰 상처와 상사병을 시적으로 표현한 곡, '겁이나'는 남진이 20년 간 부르지 않은 전통 트로트다. '내 나이 5060'은 최신 리듬이 묻어나는 빠른 템포의 트로트다.
'남진'하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는 이름이 나훈아(67)다. 남진과 나훈아는 60~70년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수많은 팬들을 끌고 다녔다. "시대와 팬들이 만들어준 라이벌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남진은 데뷔 50주년을 기념, 10월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도 연다. "그동안 해온 것이 있고, 팬들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멋지게 공연을 잘하고 싶어요. 오래 전부터 제게 숙제죠.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고 연구 중입니다. 반세기의 세월을 아름다우면서도 멋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진홍색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젊은 뮤지션 못지 않은 패션 감각을 뽐낸 남진은 '파트너'와 '상사화'를 불렀다. 현장을 찾은 팬클럽 회원들은 연신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팬클럽과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에 쌀 100가마 전달식도 진행했다.
"음악은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부담감이 들죠. 그래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향후 10년이 황금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거시기 좀 해 주세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