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좋아서 하는 겁니다. 무언가를 위해서 했다면 그 ‘위해서’가 없어지면 못하는 거잖아요.”(주상균)
2005년 8집 ‘히어로’ 이후 9년 만이다.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이 새 앨범 ‘호프(Hope)’를 들고 돌아왔다.
“혼자 하라면 못할 것 같은데 함께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상균(보컬), 정병희(베이스),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등 20년 이상 호흡을 맞춘 멤버들 그대로다.
“밴드는 사람보고 하는 거예요. 사람이 좋으면 실력도 좋거든요. 멤버들은 좋은 친구이자 서로 상담해줄 수도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끼리 있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죠.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주상균)
1985년 좋아서 시작한 밴드가 공백 없이 30년을 이어왔다. 1989년 1집 '미러클'로 데뷔, 수록곡 ‘깊은 밤의 서정곡’으로 사랑받았다. 정규앨범 8장, 베스트 앨범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메탈은 운동으로 따지면 철인 3종 경기 같은 거예요. 몸뚱이 하나로 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음악이라는 게 매력적이죠. 제 소리와 다른 멤버들의 소리가 합쳐져서 또 다른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게 짜릿해요. 연주만으로도 뭔가를 해나가는 게 즐겁죠.”(주상균)
디지털 싱글로 발매됐던 싱글 4곡에 신곡 5곡을 더한 앨범 ‘호프’는 블랙홀의 건재를 알린다.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한 앨범이 아니에요. 싱글 형태로 해왔던 작업을 모아보니 ‘희망’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엮였어요.”(주상균)
2008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덧대 만든 ‘유니버스’는 블랙홀이 꾸준히 고민하고 시도하는 밴드라는 점을 증명한다.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까 대접을 받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레전드는 무슨 레전드에요. 밴드는 무대에서 활동해야죠. 후배가 어디 있습니까. 다들 동료죠.”(주상균)
내달리는 드럼과 기타, 날카로운 보컬도 여전하다. “예전보다 공연 에너지는 더 좋아졌어요. 몸에 힘이 들어가서 9~10곡 넘어가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20곡, 2시간을 공연해도 괜찮아요”(정병희), “그냥 제가 좋은대로 해보는 거죠. 저는 ‘죽여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건 듣는 사람 몫이죠. 그냥 제가 제일 좋다고 하는 걸 내보내는 거예요. 활동하고 숨 쉬고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겁니다.”(주상균)
하지만 주변은 변했다. 함께 활동했던 헤비메탈 1세대 밴드들 대부분이 “주류였던 적은 없지만 멸망한 적도 없는” 록이 마주한 현실에 부딪혔고, 사라졌다. 열정만으로 생활이 보장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 친구들한테 계속 하라고 말을 할 수 없어요. 각자 삶의 기준치와 방식이 다르니까요. 할만큼 했다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계속 밴드를 하고 싶은데도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원재), “후배들한테 우리가 해준 게 없어요. 전 국민이 다 알 수 있을만큼 이름을 떨친 게 블랙홀이고 그 블랙홀이 하는 음악이 헤비메탈이라면 다른 헤비메탈 밴드들에게 이정표가 됐겠죠. 그냥 열심히 하니까 할만은 했죠. 하지만 이 길이 옳다고 말을 할 수는 없어요. 쉬운 길이 아니니까요.”(주상균)
그런 의미에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50여명의 팬들과 함께 노래한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각별하다. ‘되돌아보니 그리운 얼굴들. 멀고 험한 길에도 함께한 얼굴들’ 등의 가사는 팬과 블랙홀을 동시에 껴안는다.
“지금까지 왔잖아, 힘들 수도 있지만 털고 일어나면 지금까지 온 것보다 더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같이했던 사람들입니다. 혼자는 못 가지만 같이 하면 더 갈 수 있다는 것, 그런 게 희망이죠.”(주상균)
29일 오후 7시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콘서트 ‘일어나, 괜찮아’로 팬들을 만난다.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제가 연주하고 들으면서 감동을 받은 곡이에요. 공연 때도 팬들과 함께하면서 통곡하지 않을까 싶네요.”(정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