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내 최대 생산량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쪽 약 23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르노그룹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이 공장은 한 때 공장 폐쇄 직전까지 몰렸다. 생산라인에 투입된 신차 '모두스'의 판매 부진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겹친 결과다.
공장이 위기에 처하자 사측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에 노조는 강경한 파업으로 맞섰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1972년 문을 열었던 바야돌리드 공장의 역사는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리고 7년. 바야돌리드 공장에 불어 닥쳤던 절체절명의 위기는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생산라인은 왁자지껄, 온기가 돈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이미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7일(현지시간)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만난 기예르모 마누엘(Guillermo Manuel) 공장장은 "바야돌리드 공장은 한 때 공장 폐쇄 위기까지 몰렸으나 노사정 대타협이 공장을 살렸다"고 말했다.
마누엘 공장장이 언급한 폐쇄 위기는 바야돌리드 공장이 르노의 인기 차종 '클리오'의 생산을 멈추고, 신차 '모두스'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모두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싸늘했기 때문이다.
2002년 28만7020대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2006년 16만6858대를 기록하더니, 2006년에는 7만9474대로 주저앉았다. 더욱이 2007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공장의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생산량의 감소로 공장 인원도 대폭 감축됐다. 2006년에 1만1955명이던 공장의 인원은 2012년 말 7823명으로 줄었다. 2007년에는 바야돌리드와 인근 팔렌시아 르노 공장의 노동자 225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2008년에는 바야돌리드시에서 생명의 젖줄 역할을 했던 바야돌리드 공장이 폐쇄 위기에 처하자 시민 1만6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죽어가던 바야돌리드 공장에 숨을 불어넣은 것은 '노사정 대타협.' 마누엘 공장장은 "폐쇄 위기에 있던 우리 공장에 르노그룹이 2009년 9월에 경쟁력 개선을 위한 제안을 했다"며 "노사와 바야돌리드 지방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2개월 만에 대타협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르노그룹은 공장의 경쟁력을 제고하면 신차 물량을 주겠다고 했고, 노사는 공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합심했다. 지방정부는 이런 노사를 지원했다.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노조는 임금 동결을 수용했다. 생산량이 늘어났을 때 야근을 하고, 줄었을 때는 쉬는 유연근로제도 수용했다. 또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40㎞ 떨어진 팔렌시아 공장에 일손이 부족하면 돕기도 했다.
사측은 1인당 50시간의 교육·훈련 시간을 78시간으로 확대했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시로 관리·감독했다. 지방정부는 공장과 협력업체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협력업체들이 공장 근처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부지를 제공했다. 퇴직자 관련 비용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노조가 르노그룹과 협상할 때 돕기도 했다.
르노그룹은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경쟁력 제고에 힘쓰던 바야돌리드 공장에 2011년 말 트위지, 지난해 2월 캡처 생산을 맡겼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 차종인 캡처를 생산한지 3개월 만에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했고, 지난해 공장은 650명, 협력업체들은 1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또 지난해 12만4942대를 생산, 9년 만에 연간 생산량 10만대를 넘기며 회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결국 지난해 11월에는 공장이 문을 연지 40여 년 만에 누적생산 600만대를 돌파했다.
바야돌리드 공장의 올해 생산목표는 23만대. 최근 10년 내 최대 생산량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생산량뿐만 아니라 르노그룹의 글로벌 공장 평가에서 2012년 3위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부문별로 DSTR(생산성 지표)에서 3위, DSTAR(납기일 준수) 1위, SPR(공장 시스템의 성숙도, 목표치 달성 정도) 1위를 차지했다. STR(품질)에서도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95%가 품질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룬 2009년 이후 꾸준히 개선된 수치다.
바야돌리드 공장 노사는 2009년 4년 단위로 협약을 맺어 시작한 임금동결과 유연근로제를 지난해 11월 연장했다. 이는 2016년까지 유효하며, 이번에도 정부의 지원은 계속된다.
마누엘 공장장은 "노조가 서명을 해주지 않았다면, 노사정 대타협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여전히 우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