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해석으로 내가 알려진 것이 굉장히 행복하다. 하지만 바흐 음악을 잘 연주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56)는 e메일 인터뷰에서 '21세기 바흐 여제'로 추앙받는 것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1958년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휴이트는 6세부터 10년간 토론토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오타와대학에서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폴 세비야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1978년 비오티 콩쿠르를 필두로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 워싱턴 콩쿠르, 슈만 콩쿠르, 카자드시 콩쿠르, 디노 치아니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타티야나 니콜라예바의 계보를 잇는 바흐 전문가로 통한다. 철저한 시대적 고증을 거쳐 피아노의 기능을 합리적으로 살려낸다는 평을 듣는 그녀는 건반 음악을 전공하는 음악도에게 하나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서울에서 바흐 곡으로 채운 리사이틀로 호응을 누렸다.
"사람들이 나를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바흐의 대표 건반 작품들을 모두 녹음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나를 알린 콩쿠르도 1985년 토론토에서 열린 바흐 콩쿠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내가 바흐를 사랑하고 많이 연주했다고 당연시하는 부분들이 있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상처를 받는 건 아니지만, 좋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스타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휴이트는 2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네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2012년 내한 당시 "젊은층 청중이 많았다는 것이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거의 대다수가 젊은 관객들이었던 것 같다. 아마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에게도 정말 놀라운 광경일 거다. 바흐 음악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좋은 일이다. 클래식 음악이 한국에서 아주 잘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기쁘다."
한 시간 반 가까이 멈추지 않고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 때 한국 청중의 집중력이 정말 인상 깊었다. "청중의 정적 속에서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한국에서 빨리 만나고 싶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흐 스페셜리스트의 면모가 돋보이는 영국 모음곡 3번과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를 들려준다. 고전·낭만주의 해석을 엿볼 수 있는 대작들도 준비했다. 베토벤 후기 건반음악의 걸작으로 통하는 피아노 소나타 31번과 리스트 피아노 음악의 결정체인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베토벤 작품들을 연주할 때 나는 이 음악이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초기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베토벤 작품은 쇼팽이나 리스트 작품처럼 연주해선 안 된다. 명확하게 연주해야 한다. 작품번호 110에서는 감성적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베토벤 작품들 중 가장 정통하고 조예가 깊다. 슬픔, 비극부터 환희까지 큰 폭의 감정변화가 있는 작품이다."
이런 면에서 리스트의 작품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주 고결한 감정과 엄청난 깊이를 요구하는 작품이고, 삶의 모든 것이 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 작품 속에서 과시하는 부분들은 단지 마지막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오페라 성악가처럼 이 곡을 노래한다."
오래도록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다. 앞으로도 "많은 계획들이 있지만 유일한 목표는 언제나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흐 작품들을 녹음했고, 모든 모차르트 협주곡과 베토벤 소나타 작품들 녹음은 작업 중이다. 또 리스트 소나타, 브람스 협주곡 1번 D단조 같은 곡도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매니저들이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콘서트에 쉽게 초대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왜일까. 곡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틀렸다는 걸 꼭 증명할 것이다."
휴이트는 서울 공연에 앞서 22일 오후 5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무대에 오른다. 4만~10만원. 빈체로.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