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염(맹장염)을 신우신염으로 오진해 환자의 병세를 악화시킨 병원에게 의료과실을 인정한 손해배상판결이 내려졌다.
울산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김원수)는 박모(54)씨와 박씨 가족들이 B여성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은 원고에게 총 49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피고측에 명령했다.
박씨는 2012년 2월 복부 통증, 구토 등의 증세로 A병원을 찾았다가 충수돌기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을 권유받았지만 그대로 귀가했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이 계속되자 B여성병원을 찾았고 진찰 결과 신우신염, 장염 등으로 진단돼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다.
신우신염은 요로감염의 일종으로 신장에 세균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박씨는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고열과 가슴이 조이는 듯한 협심증 증상이 나타나자 C병원으로 옮겨져 급성충수염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피부 누공과 수술 부위가 봉합되지 않는 증세 등으로 또 다시 D병원으로 옮겨 누공복구와 개복창상 열개 봉합 등의 수술을 받게 됐다.
피부 누공이란 장과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연결되어 장의 내용물이 피부의 구멍으로 흘러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박씨는 "오진으로 충수염이 복막염으로 악화돼 내장 괴사 등이 발생했고, 수차례 수술로 반신불수의 상태가 됐다"며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측은 "박씨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한 만큼, 어떠한 주의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비록 신우신염 증세가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충수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세 역시 호소한 만큼, 복부 초음파, CT 검사나 문진, 촉진 등을 통해 충수염 여부를 확진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피고는 이를 게을리해 신우신염 치료만 실시해 충수염이 복막염으로 진행하게 됐고, 이로 인해 대장천공, 장·피부 누공까지 이르는 등 그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