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특판사업 투자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전(前) 현대자동차 A연구소 노동조합 간부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현대자동차 A연구소 직원 정모(45)씨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정씨의 지시에 따라 현대차 임직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속인 혐의(사기방조)로 기소된 장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각 징역 10월과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씨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노조 대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500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는 등 범행 규모와 피해 정도가 막대하다"며 "법인등기부까지 위조하거나 공범들을 회사 임직원으로 행세하게 하는 등 범행 방법이 계획적이며 대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돈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정씨에게 맡겨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공황장애에 빠진 사람, 이혼을 하거나 질병을 얻은 사람, 집이 경매로 처분된 사람 등이 있는 등 다수의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체포 당시 집에서 현금 1억원이 발견되는 등 범죄로 얻은 수익을 은닉한 정황도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다수의 피해자들이 정씨에 대한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1991년 11월~2009년 9월까지 현대자동차 A연구소 기술기사로 재직하면서 노조 대의원으로 근무했던 정씨는 2007년 11월부터 4년 동안 17명의 피해자들에게 차량특판사업 투자 명목으로 모두 56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기소돼 각 징역 10년씩을 선고받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병합해 심리했다.
조사결과 정씨는 피해자들에게 차량특판사업 투자 금액의 20%를 배당금으로 보장해줄 것을 약속한 뒤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회사 명의의 확약서·투자내역서 등 50여장의 회사 문서를 위조하고, 공범들을 회사의 임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