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갈수밖에 없게 됐다."
포스코가 올해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도 전년 대비 R&D 투자금을 소폭 늘려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2012년 5130억원, 지난해 5160억원이 철강 분야 R&D에 투자됐다. 포스코는 올해도 전년 대비 투자금을 늘려 52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포스코 단독기준 투자금 3조7000억원의 14.0% 수준이다.
포스코가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암울한 글로벌 철강 업황 속에서도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세계 자동차 강판 생산 2위 업체.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포스코의 고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급부상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된 상황.
업계에 따르면 바오강그룹 등 중국 철강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제품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단순히 조강생산에 머물렀던 제품구조를 자동차 강판, 조선 강판 등 6대 고급강으로 고급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 철강업체간 기술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포스코의 '2014년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 김재열 마케팅전략실장(상무)는 "최근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3년에서 1년으로 줄어 들었다"며 "중국의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업체의 추격전도 가열 양상이다.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간 지난 2012년 합병으로 몸집을 부풀린 신일철주금이 조강생산 규모면에서 포스코를 뛰어넘었다. 또 지난 한 해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철강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포스코의 등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은 '과감한 연구개발(R&D)을 통한 고부가제품 생산'이다. 김 상무는 중국·일본 업체가 추격하는 상황에서 "더 빨리 갈수밖에 없게 됐다"며 "고부가가치 강판 생산력을 높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R&D 거점은 포스코 기술연구원,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3개 기관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포항, 광양, 송도에 연구소를 두고 철강공정, 제품과 제품 이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스텍은 철강·신성장 기초·선행 연구, 미래 인재 육성를, RIST는 소재·그린에너지·미래 신수종 연구를 각각 맡고 있다.
이들 R&D 거점은 포스코의 미래형 먹거리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7년 15년간의 연구 끝에 신 제철기술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원료를 녹이는 코크스 공정과 굳히는 소결 공정을 생략, '쇳물은 용광로에서 생산된다'는 철강 기술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용광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비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 또 가격이 일반 철광석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철광석 가루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생산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중국 중경강철집단과 지분 50대 50으로 합작투자, 파이넥스 공법을 통해 연간 3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기술 수출인 셈. 또 오는 4월께는 연간 400만t의 파이넥스 3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차세대 자동차용 초고강도강(TWIP강)을 개발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자동차 강판보다 두께는 얇지만 강도는 훨씬 뛰어나다. 연비 절감을 위한 '차체 경량화' 경쟁에 뛰어든 자동차 메이커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분야다.
또 포스코는 에너지 강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남·북극, 북해 등 극한의 지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하 40도 이하의 극한의 조건을 견딜 수 있는 강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는 석유·가스 플랜트 건조에 사용하는 에너지강재 60여 종을 개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갈수록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