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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베테랑 콤비' 염기훈· 이호의 와신상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4.01.29 1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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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경험이 만들어준 갑옷이다. 염기훈(30·수원)·이호(29·상주) '베테랑 콤비'가 브라질행을 꿈꾸며 와신상담하고 있다.

홍명보(45) 감독은 염기훈과 이호를 이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대표팀 명단에 포함했다. 염기훈은 6개월·이호는 5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명확했다. 홍 감독은 20~25세 사이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 베테랑의 경험을 덧씌우길 원했다.

1월 전지훈련 및 세 차례(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의 평가전이 '그라운드 안의 리더'를 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홍 감독은 염기훈과 이호를 시험대 위에 세웠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첫 번째 평가전(1-0 승)에서 염기훈과 이호는 벤치를 달궜다.

훈련과정에서 후배들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며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염기훈과 이호였다. 경기 전 인터뷰에도 나란히 모습을 보이며 출격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들은 교체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왼쪽 측면 날개에는 염기훈 대신 김민우(24·사간 도스)가 출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박종우(25·부산)와 이명주(24·포항)가 짝을 이뤘다. 이호의 자리는 없었다.

선배들을 대신해 주전 자리를 꿰찬 후배들은 멋진 활약을 선보였고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염기훈과 이호의 깜짝 등장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선발 출전이 유력했던 만큼 첫 경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들의 입지는 순식간에 좁아졌다.

들러리로 치부하기는 아직 이르다. 베테랑 콤비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남아있다. 칼을 갈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단 3장의 교체 카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후반 20분 교체 아웃된 고요한(26·서울)을 제외하면 이날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은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옥석을 가리기 위해 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연속으로 평가전이 펼쳐질 경우 매 경기마다 파격적으로 선발 라인업을 바꿨다. 대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을 부여했다.

이번 3연속 평가전에서도 홍 감독이 같은 구상을 하고 있다면 코스타리카전에 결장한 염기훈과 이호는 멕시코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전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잘 드러낸다면 이번 전지훈련 '최정예 멤버'가 투입될 미국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염기훈은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선수 기용은 감독님이 결정할 부분이다. 선수는 그것에 따르면 된다"고 담담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표팀 소집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왔다"며 "뛰어난 기량을 지닌 후배들이 많지만 나 역시 슈팅이나 크로스 같은 부분에서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내 장점을 부각시키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월드컵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호 역시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팀과 제 자신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선은 팀의 목표가 최우선이다. 이어 저 역시도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꿈의 무대'에 서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베테랑 콤비의 반격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