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약진에 글로벌 IT업계의 지각구조 재편이 예견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의 IT기업들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그간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공장'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기술역량 강화를 통해 이동통신, 모바일 기기, 온라인 서비스 등 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R&D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바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R&D 투자는 올해에만 2840억달러(약 30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2년 대비 22% 오른 수치다. 아울러 2018년에는 그 규모가 유럽을, 2022년에는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는 지난해(54억6000만달러) 10년 전보다 무려 14배나 많은 비용을 R&D에 투자했다. 현재 상하이에 소재한 화웨이의 R&D센터에는 1만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2020년 5세대(5G) 통신망 출시를 목표로 기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같은 화웨이의 노력은 실질적인 결과물도 불러왔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이통사 TDC A/S와 7억 달러 규모의 장비 교체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PC제조업체 레노버 또한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미국의 컴퓨터 장비업체 휴렛팩커드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제조사로 등극한 것.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3위에도 올랐다.
▲유수 통신업계에서의 인재 영입 ▲혁신제품 개발 ▲글로벌 브랜드와의 스폰서십 ▲적극적인 스타 마케팅 등이 바탕이 됐다고 WSJ는 진단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약진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앱 '위쳇'을 보유한 텐센트홀딩스가 좋은 예다. 텐센트홀딩스는 지난 2010년 중국 모바일 메시지 위쳇을 런칭했다. 중국에서만 2억72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인도와 남아프리카, 스페인, 이탈리아 등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혀 1억건이 넘는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제조사 시만텍의 버나드 궉 수석부사장은 "중국 기업들 중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수라는 사실을 깨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많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들은 이미 중국의 기술 분야가 전문성과 인재, 자금 면에서 향후 몇 년 간 글로벌 IT업계의 권력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충족했다고 믿고 있다"며 "레노버와 화웨이, 텐센트홀딩스 뿐 아니라 중국 국내 스타트업 기업 역시 점점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콜린 라이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파트너는 "지금까지 발빠른 추격자에 지나지 않았던 중국 기업들이 진정한 혁신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