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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이희범 회장 연임 고사…다급해진 경총

회장 인선 '장기전' 될 듯

김승리 기자  2014.01.07 15: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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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이희범 회장이 결국 회장 연임을 고사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달 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새 회장 후보자를 물색해야하는 경총은 다급해질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경총이 그동안 회장을 선임하는 데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새 회장 인선도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경총 회장은 경제 5단체 회장 중 경영인들이 서로 기피하는 자리로 유명하다.

경총이 노사 문제에서 경영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기구라서 '궂은 일을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는 것.

경총이 출범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역대 회장이 5명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역대 회장은 김용주 전방 명예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창성 전 전방 회장, 이수영 회장, 이희범 회장 등 5명이 전부다.

이 회장이 지난 2010년 9월 선임될 때도 경총이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등 경영계 원로들과 함께 끈질긴 영입 작전을 수개월간 펼친 끝에 자리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임은 당혹스러운 결과"라며 "이 회장이 연임해주는 것이 최선이지만 회장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사의를 밝혀 차기 회장 인선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경총은 일단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빠른 시일 내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추천할 수 있는 후보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

올해 경영계에는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환경 관련 규제 강화,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에 따른 소송 가능성 등 각종 노동·환경 입법과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 때문에 선뜻 회장을 맡겠다고 나설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경총의 고민이 깊다.

또 주요 그룹들이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에 빠졌고 기업 총수가 옥고를 겪거나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도 많아 경영계가 경총 회장 후보자 선임에 힘을 보탤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경총은 일단 회장단에서 경총 회장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경총 회장단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심갑보 삼익THK 상임고문,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등 11명이다.

하지만 회장단이 모두 경총 회장직을 고사할 경우에는 외부에서 차기 회장을 모셔오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총 회장은 경영인들이 맡아오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미 이희범 회장이 지난해 STX에너지부문 총괄회장에서 물러나 LG상사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같은 관례는 깨진 상태다.

경총 관계자는 "협회 정관에 따르면 경영인이 아니더라도 회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각종 노동·환경 분야 이슈에 경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분이라면 경영계 외부에서도 모셔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그동안 '미스터(MR.) 쓴소리'로 통하며 경총 내외부에서 "할 말은 한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이공계 학과 출신 최초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합격한 그는 2003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 경영인이다. 장관 퇴임 후 STX에너지부문 총괄회장, STX 중공업건설 회장을 지냈고 현재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바는 아니지만 노사화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차기 회장직에 오르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