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상자로 주로 사용되는 백판지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데도 제지업체들의 담합으로 오히려 가격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판지 판매가격 등을 담합한 5개 백판지를 제조업체에 총 1056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담합에 직접 가담한 각사 영업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한솔제지(과징금 356억1000만원), 깨끗한나라(324억1800만원), 세하(179억500만원), 한창제지(143억6700만원), 신풍제지(53억200만원) 등 5개 업체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들 업체는 2007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담합을 통해 백판지 판매가격을 올렸다. 이들은 백판지 기준가격을 인상하거나 거래처에 적용하는 할인율 폭을 축소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판매가격의 25%를 올렸다.
백판지는 주로 과자류·의약품·화장품과 같은 소형생필품이나 과일·농산물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며 크게 고지(古紙)를 주 원료로 하는 일반백판지와 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고급백판지로 구분된다.
이들 업체는 2000년 이후 중국 업체들의 대대적인 제지업 설비증설로 수출량이 줄어들면서 국내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자 가격하락 등을 막을 목적으로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직책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본부장 모임에서 기준가격 인상폭, 축소할 할인율 등을 정하면 팀장 모임에서는 이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총 91차례 모임을 통해 가격을 담합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가격의 기초가 되는 기준가격 인상 합의는 물론 거래처에 적용하는 할인율 축소 합의, 백판지 판매가격 유지를 위한 조업단축까지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상한선을 정할 때 5개사가 모두 시장에서 적정한 물량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업체별로 차등을 뒀고, 합의한 내용을 어길 경우에는 강력히 항의하는 식으로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이 일반백판지 시장의 90% 이상, 고급백판지 시장의 65%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담합하기에 용이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연간시장 규모가 5000여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