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지만, 정기상여금의 소급 적용과 범위가 모호해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조선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에 대한 모호함을 명확히 정리해줘야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10명은 지난해 12월 울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중공업의 생산직 4000여명은 지난해 10월 창원지법 통영지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해양조선은 지난해 5월 직급별 대표 10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과 지난해 10월 노조 7000여명이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이 있다.
이들 소송의 쟁점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지난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정기적, 고정적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조선업계에서 지급하는 상여금이 정기적, 고정적인지 여부를 놓고 사측과 노조의 입장이 엇갈려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2005년에 성과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었다"며 "이 판례에 비춰본다면, 상여금 중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마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도 힘들고, 판결을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3년치 소급분 지급 여부도 쟁점 사항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상승에 따른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조건 중 하나로 추가임금 청구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놓고 사측과 노사가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사측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부분을 증명해 소급 적용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고, 노조는 경영에 지장이 없으므로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것을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추가 수당 지급이 기업의 존립을 당장 위협하진 않아도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향후 기업의 존립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어려움을 최대한 입증해서 손실을 줄여볼 수밖에 없는 게 사측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업계에는 초과근무가 잦은 현장 근로자가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맥쿼리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임금을 재조정해야 할 경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3개 조선업체가 부담해야 할 일시적인 비용이 525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순이익 추정치의 19% 수준인 2610억원, 삼성중공업은 11%인 1350억원, 대우조선해양은 24%인 1290억원이다.
또한 이들 업체가 통상임금 증가로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내년 순이익이 3∼15%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노사가 합의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모호한 기준 때문에 혼란을 주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이런 부분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통상임금 산정규칙, 통상임금 적용시점 등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속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