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법안 중 하나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동양그룹 사태와 같이 그룹 전체로 위기가 번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신규 순환출자는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편법적 상속·증여 등의 수단으로 활용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 용도로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신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기존에 이미 복잡하게 얽힌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순환출자 통과, 인수합병 등 예외 인정
국회 정무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상호출자 우회수단인 순환출자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62개 대기업 집단에 대해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순환출자고리'란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지분 1% 이상을 출자한 적은 지분으로 그룹의 경영권을 소유한 구조를 말한다. 일례로 A->B->C->A 식으로 자본을 출자해 여러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순환출자 등을 통해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특이한 소유구조를 형성해왔다. 이는 사실상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총수의 편법적 상속·증여 및 지배력 강화 등에 활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순환출자는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권 강화제도 등 총수 등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내부견제 장치의 실질적인 작동을 저해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돼왔다.
다만, 인수합병(M&A)이나 기업구조조정 등에 의해 불가피한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해소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정상적 기업활동을 제약하지 않도록 예외를 신축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출자고리 55% 신규 생성, 기업 영향 미미할 것
그동안 여야는 야당과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는 것과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야당이 연내 처리를 위해 예외조항에 대한 이견으로 거리를 좁히면서 급진전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62개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4개 집단, 124개이며 이 중 2008년 이후 최근 5년간 신규 생성된 순환출자 고리 수는 9개 집단, 69개로 전체의 55.6%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신규 생성된 순환출자 고리 69건을 형성시킨 20건을 분석한 결과, 유상증자에 의한 신주취득은 4건이었으며 모두 기업인수와는 무관하게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앞서 대기업들이 이미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끝마쳤기 때문에 대기업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는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분매입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투자가 위축되는 등 국민경제에 부담이 될 우려가 큰 만큼 공시의무 부과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 유도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