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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몸따라 마음간다…극한체험 ‘용의자’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23 08: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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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와 낡은 점퍼, 거친 피부와 잘 단련된 몸의 ‘지동철’은 없었다. 길게 빗어 넘긴 머리와 깔끔한 코트, 피부는 깨끗했고 짐승 같은 몸은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공유(33)는 TV드라마에서 보던 로맨틱한 남자로 돌아와 있었다. 조용하고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공유는 영화 ‘용의자’(감독 원신연)에서 우리나라로 귀순한 북괴 특수요원 ‘지동철’을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공유는 대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눈과 몸으로 연기한다. 인터뷰 초반 ‘지동철’은 실제 공유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 같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자 공유에게서 다시 지동철이 보였다. 청춘스타에게서 막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책임감 강한 남자를 봤기 때문이다.

24일 개봉하는 ‘용의자’는 액션물이다.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살인 누명을 쓴 지동철을 공유는 온 몸으로 연기했다. 구르고 뛰고 넘어지는 등 온갖 액션을 소화하며 ‘동철’을 완성했다. 하지만 공유는 ‘용의자’를 액션영화로만 규정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볼거리만을 제공하기 위한 영화였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영화가 액션 영화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족 영화이기도 해요. 이 영화의 인물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에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죠.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유는 ‘용의자’를 ‘가장(家長)의 영화’라고 정의했다. “결혼을 안 해서 지동철의 감정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입을 뗐다. “지동철만 그런 게 아니에요. 생활인으로서 저도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가졌습니다. 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도 가만 있지 않을 거에요. 그런 면에서 지동철과 공유는 통하는 점이 있는 겁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내달리는 ‘동철’에 대해 관객들이 연민을 느끼면 내 연기는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액션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공유의 전작은 ‘도가니’(감독 황동혁)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실화를 다룬 ‘도가니’는 정서가 중요한 영화다. 몸을 써야 하는 ‘용의자’와는 정반대에 있다. ‘지동철’이 되기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공유는 “몸부터 만들었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의 몸이 지동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유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몸을 만들지 않았다”며 “‘동철’의 몸은 가족을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쓸 수 있는 남자의 처절함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힘들게 몸을 만들고 나니 연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신체적으로 ‘동철’이 되자 동철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어요.”

공유는 연말 극장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배우와 경쟁한다. ‘변호인’(감독 양우석)의 주인공 송강호,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의 주연 전도연이다. 걱정되지 않을까.

공유가 웃으며 대답했다. “송강호, 전도연 선배와 맞붙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그리고 저는 밑져야 본전 아닌가요.”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찍은 영화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