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고 성실하다. 겸손하고 순수하다.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한다….
탤런트 주원(26)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평가다. 지인들을 잘 챙기고 배려하는 성격 덕분이다.
KBS 2TV 드라마 '굿닥터'를 끝내고 바로 뮤지컬 '고스트' 무대에 오르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지만, 피곤한 기색을 감추며 영화 '캐치 미'(감독 이현종)에게 예의를 갖췄다.
주원은 이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에 출사표를 던졌다. 완벽한 범죄심리분석관 '이호태'로 10년 전 첫사랑인 전설의 대도 '윤진숙'(김아중)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며 로코의 매력에 푹 빠진 주원은 "사랑 얘기를 정말 좋아한다. 여자가 달려와서 매미처럼 매달리는 장면 같은…. 관객들이 보면 '사랑에 미쳤구나'고 말할 정도의 남자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바라왔다.
'호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본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나의 모습의 50%가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편해지기도 하고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 너무 신이 났다. 특히 감전되는 신은 혼자 여러 가지 버전을 준비해 가기도 했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사랑에서는 다르다. 호태는 10년 전 자신을 떠난 여자친구를 단번에 받아준다. 완벽했던 직업 정신에 구멍이 생기고,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일마저도 포기하는 순정남이다. 하지만 주원은 "호태처럼은 못 하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첫사랑은 호태와는 달리 지극히 평범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2년 넘게 만나며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는 등 검소하고 예쁘게 사랑했다."
연예인이 된 후 연애다운 연애는 못 했다. 대신 작품을 통해 사랑을 나눴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의 애정 신이 좋다.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대로 성격이 안 맞으면 촬영이 힘들다. 착하고 얘기가 통하는 배우와 함께하고 싶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맞지 않는다고 해서 티를 내지는 않는다. 속에 묻고 삭인다. 좋게 넘어가려는 성격 탓이다. "나도 사람인데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단지 부딪히는 게 싫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다 힘든데 얼굴 붉혀서 뭣하나 싶다"는 가치관이다.
KBS 2TV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해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등 하는 작품마다 히트했다. 스타대접을 받지만, 여전히 자신을 낮춘다. "내가 스타인 걸 인식하면 불편해서 못살 것 같다. 연기 공부를 할 때 어머니가 '항상 네가 변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라고 했다. 스스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스타병'은 턱이 하늘을 찌른다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안 되면 어떡하려고…. 내 후배가 그러면 많이 혼낼 것 같다"는 마음이다.
"대신 철은 들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투정도 부릴 수 있는 철부지가 좋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사려고 하니까 '연예인'의 때가 덜 탄 것 같다. 나이 들면서도 이럴까 싶어 걱정은 있지만 아직은 이게 편하다"며 웃었다.
주원은 내년 6월까지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틈틈이 영화와 드라마도 할 계획이다. 예능에 대해서는 "KBS 2TV '1박2일'을 찍을 때 정말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게 부담됐다. 형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싫었다. 댓글에 '너는 왜 아직도 있느냐'는 말이 있었다. 내 몫을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예능은 자신 없지만, DJ를 꼭 해보고 싶다. 다른 사람의 사연을 내 목소리로 읽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