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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유병언 수사 실패, 수뇌부 안일한 상황 인식 때문이었나

강신철 기자  2015.01.13 09: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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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수사하는 동안 '헛발질'이라는 오명을 쓸만큼 유독 수사의 칼날이 무디기만 했다.

검찰이 수사의 기본인 신병확보 등 초동 수사 실패에 이어 비밀별장 수색 실패, 유 전 회장 시신 확인조차 제대로 못하는 등 잇딴 실책을 한 것도 검찰 수뇌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병언·세 자녀 소환도 못한 검찰

 검찰은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만에 인천지검에 세월호 선사·선주에 대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지만 유씨 일가는 단 한 명도 소환하지 못했다.

검찰은 4월25일 해외에 체류중인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씨와 차남 혁기씨에게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받으라"고 첫 번째 소환을 통보했지만 불응하자, 다음날 다시 "5월2일까지 자진귀국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하며 2차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김회종 전 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차남 혁기씨 등 외국에 체류 중인 사람들은 아직까지 출석하겠다는 답변은 없으나 향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섬나씨와 차남 혁기씨가 두 차례 출석을 모두 거부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검찰은 또 다시 "5월8일까지 출석할 것"을 독려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3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첫 소환을 통보한 지 보름이 지난 5월9일에야 혁기·섬나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무효화조치, 범죄인 인도 등 강제소환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장남 대균씨에 대해서도 뒤늦게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5월12일 대균씨를 소환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남매와 마찬가지로 대균씨도 출석에 불응했다. 검찰은 다음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염곡동 자택에 수사관을 급파했으나 이미 대균씨는 잠적한 상태였다.

검찰은 이 사건 가장 핵심 인물인 유 전 회장에 대해서도 수사팀을 구성한 지 한 달여가 되어서야 뒤늦게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한 교단(敎團)의 지도자이고 저명인사라는 이유를 들어 소재지나 동선 파악에 소홀한 채 자진출석을 기다리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5월13일 유 전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하면서 "혁기씨나 대균씨 등이 출석에 불응하고 잠적한 것은 상당히 뜻밖인데 유 전 회장의 경우 사회적 지위도 있고 해서 당연히 출석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국민적 의혹이 크고 이전에 변호인 통해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해진 시간에 출석할 것을 믿고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5월16일 유 전 회장은 일방적으로 출석에 불응했다. 이 같이 소환을 거부한 상황에서 검찰은 같은날 오후 체포영장 대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수사를 회피한 유 전 회장에게 법원의 심판을 받을 것을 권하며 재차 자진출석을 유도했지만 5월20일 법원 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도주할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다급해진 검찰은 5월21일과 6월11일 금수원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은 4월23일 서울 염곡동 자택과 청해진해운 관계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당일 새벽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이자 개인비서로 알려진 신모씨의 집에 은신한 뒤 5월3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숲속의 추억' 별장으로 은신처를 새로 옮겼다.

그럼에도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종적을 감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김 전 팀장은 4월24일 유 전 회장 측과 연락수단이 있는지를 묻는 취지의 질문에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혁기·섬나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5월9일 당일에도 유 전 회장 소환시기를 묻는 질문에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수사라는 게 딱 정해놓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간 직후 시점과 전남 순천의 비밀 별장에 은신하고 있을 무렵에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연락조차 안 한 채 막연하게 신병 확보를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팀장은 "5월12일에야 유병언 혐의가 입증됐다"며 "그 이전에는 수사기법상 소환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벽장 안에 숨은 유병언 눈 앞에서 놓쳐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발견하고도 수사력과 정보력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이 순천 비밀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5월25일 밤 9시30분부터 11시20분까지 '숲속의 추억'을 급습했지만 별장 내에 통나무로 만들어진 2층 벽장에 몰래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출입문 밖에 통나무를 끼워 맞춰놓고 위장을 해놓는 바람에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고 오판한 것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간주하고 도피를 도운 측근 신모씨만 범인도피 혐의로 별장에서 체포했다.

이후 한달여가 지난 6월26일 신씨로부터 "(5월25일 당시) 수사관들이 별장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며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고 나중에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 전 회장은 은신처(통나무 벽장) 안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다음날 순천 별장 내부를 수색해 통나무 벽장을 확인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그 곳을 떠나고 없었다.

이를 두고 검찰이 현지 사정에 밝은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협조를 구하지 않고 무리하게 독자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전 팀장은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라며 한탄하면서도 경찰과의 수사공조 미흡에 대해서는 "유병언 검거 시점부터 저희들이 인천경찰청에 충분한 자료를 줬고, 그 자료를 전국경찰이 공유를 해서 추적하고 있다. 지방에 가서도 검찰, 경찰에 즉시 수색 검문 요청을 하고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부인했다.

◇변사체 처리도 '미숙'…한 달 넘게 수사력 허비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한 달이 넘도록 사망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검·경은 지난해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2.5㎞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 구를 발견하고 신원불명의 단순 노숙자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변사체 발견 장소가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지목된 송치재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고,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에서 만든 제품과 고가의 명품이 발견됐는데도 유 전 회장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40여일이 지난 지난해 7월21일 신원확인차 1차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검경은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시 경찰이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신원불상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사인과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며 일반적인 변사 사건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담당 검사 역시 같은 취지로 사건 지휘서를 내려보냈다.

변사 사건은 통상적으로 부장검사 전결 사안으로 상급자인 차장검사나 지검장, 대검 유관부서 등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도 유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유전자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국 각지에서 검찰은 경찰과 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다.

검찰은 심지어 1차 유전자 검사가 나온 7월21일 유효기간이 만료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6개월짜리 영장을 발부받고 "조만간 검거될 것으로 보인다. 꼬리를 놓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검찰은 40일 가까운 기간동안 실체 없는 꼬리만 쫓는데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팀장은 "발견된 시신이 유 회장이 아니기를 바랐다"며 "모든 노력을 다해 추적했으나 결과적으로 유 회장을 검거하지 못하고 변사체로 확인돼 할 말이 없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실패를 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