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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스포츠 빛낸 선수 10인]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3.12.20 08: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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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 여왕' 김연아의 아름다운 연기에 세계인이 설레고, '빙속 여제' 이상화의 질주 앞에 모두가 얼어붙는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투타 앞에 야구 종주국은 열광하고, 손흥민·기성용 등 태극전사들의 발 끝에 축구 본고장 유럽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골프 여제' 박인비의 신들린 듯한 샷에 대세는 이미 기운 지 오래다. 기획과 가공이 아닌 자연스러움과 진솔함이기에 K(코리아)스포츠가 일으키는 한류는 K엔터테인먼트의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가치를 지닌다. 2013년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까지 세계 속에서 한껏 드높인 그들을 스포츠 한류스타라 부른다고 해 누가 토를 달 것인가.

▨ 김연아 4년 만에 세계피겨선수권 탈환

'피겨 여왕' 김연아(23)는 올해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2연패 기대를 높였다. 2011년 4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대회에 나서지 않다가 20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복귀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18.31점을 기록,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한껏 과시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점수(228.5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2009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맛봤다.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김연아는 오른 중족골 부상에 발목이 잡혔으나 12월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해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1월초 고양에서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월 소치동계올림픽 대비 마지막 실전 워밍업을 한다.

▨ 류현진 MLB 데뷔 첫 해 대성공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은 메이저리그(MLB)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14승7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시즌을 마쳤다. 총 192이닝을 던졌고, 154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10승·2점대 방어율'을 상회하는 성과였다. 역대 MLB 한국인 루키 중 최다승을 챙겼다. 포스트시즌에서도 2경기에 나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등판, 7이닝 3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빅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한 첫 한국인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당초 LA다저스가 류현진을 영입할 때 무모한 투자라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이적료 2573만 달러에 6년간 최대 3600만 달러(연평균 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류현진은 실력으로 빅리그 강타자들을 잠재우며 당당하게 한국 투수의 매서움을 보여줬다. 올해 보너스로 75만 달러를 받았고, 포스트시즌 배당금으로만 약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손에 넣었다.

▨ 박인비 LPGA 3연속 메이저 우승

2013년 세계 골프계는 '골프 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위한 무대였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8개 대회에 나서 6승을 수확하며 순식간에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메이저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는 놀라울 정도였다. 박인비는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6월)· US여자오픈(6월)까지 시즌 3개의 메이저대회를 연거푸 제패하는 괴력을 뽐냈다. 비록 브리티시여자오픈(공동 42위)과 에비앙 챔피언십(공동 67위)에서의 부진으로 그랜드슬램의 꿈은 접었지만 세계 골프계는 새 골프 여제의 탄생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남녀 선수를 통틀어 그랜드슬램에 근접한 선수는 1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박인비의 기록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겠지만 향후 10년간은 이루기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 이상화 女 500m 세계신 4개 기염

'빙속 여제' 이상화(24)는 올해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였다.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6초80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이상화는 지난 3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이 대회 정상에 오른 이상화는 모태범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2013~2014시즌 들어서도 이상화는 세 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세계기록을 36초36까지 끌어내린 상태다. 지난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진 2013~2014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결승선을 통과,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 추신수 세 번째 '20-20'에 몸값 폭등

올 시즌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의 활약은 뜨거웠다. 154경기에 출전해 21홈런 54타점 20도루 타율 0.285 출루율 0.423의 성적표를 받았다. 개인 통산 3번째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호타준족임을 입증했고 내셔널리그(NL) 2위에 해당하는 출루율(0.423)로 '출루머신' 이미지까지 얻었다.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마지막 시즌을 뜨겁게 달군 추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시즌 중 "1억 달러(약 1052억)를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현지 언론은 이제 "기준은 제이코비 엘스버리"라고 말한다. 엘스버리는 7년 1억 5300만 달러(약 1610억원)에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유력한 행선지로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꼽힌다.

▨ 손흥민 해트트릭으로 분데스리가 평정

손흥민(21·바이어 레버쿠젠)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이제는 유망주보다는 해결사라는 애칭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함부르크SV에서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겼다. 상위권 팀으로 이적을 한 만큼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우였다. 그는 SC프라이부르크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이적 후 첫 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후 함부르크전(3골)·뉘른베르크전(2골)·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1골)을 통해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20일 현재 리그 7호골 고지에 오른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슈테판 키슬링(29·9골)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책임지고 있다. 분데스리가도 14·15라운드 베스트11에 2주 연속 손흥민의 이름을 포함시키며 차세대 스타의 활약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어느덧 분데스리가 정상급 선수 반열에 우뚝 섰다.

▨ 오승환 92억원에 日 한신 타이거즈행

결국 행선지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였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던 '끝판 대장' 오승환(31)은 최대 2년 9억엔(약 92억원)에 한신을 택했다. 최고 수준의 대우다. 오승환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뛴 9시즌 동안 150㎞가 훌쩍 넘는 돌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모든 것을 이뤘다. 두 차례나 아시아 한 시즌 최다세이브(47개)를 올렸고 프로야구 통산 최다세이브 기록도 새로 썼다. 삼성의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3연패(정규리그·한국시리즈)는 오승환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들 대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30세이브 이상은 거뜬할 것"이라며 일본 무대 연착륙을 예상하고 있다. '사자'에서 '호랑이'가 된 오승환의 내년 시즌이 벌써 기대된다.

▨ 양학선 21년 만에 세계선수권 2연패

'도마의 신' 양학선(21·한국체대)이 10월6일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2013국제체조연맹(FIG) 세계선수권대회 결선 도마에서 정상에 올라 2011년 도쿄대회에 이어 2연패를 차지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까지 포함하면 3년 연속으로 도마 일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이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은 지난 1991년 미국대회와 1992년 프랑스대회에서 도마 2연패를 달성한 유옥렬(40) 이후 21년 만이다. 비장의 무기인 '양학선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회전)'를 선보이지 않았지만 적수가 없었다. 같은 달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당연히 3연패를 달성했다.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전망도 밝게 했다.

▨ 손연재 첫 아시아선수권 우승·U대회 메달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 정상에 올랐다. 손연재는 6월7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3리듬체조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066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시니어 부문 국제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손연재가 처음이다. 기세를 몰아 7월16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3 카잔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리듬체조 종목별 결선 볼에서도 18.000점을 받아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메르쿨로바(18.233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 역시 최초다.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로 톱10에 이름을 올려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중에는 틈틈이 갈라쇼를 통해 리듬체조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 김자인 월드컵·세계랭킹 1위 석권

김자인(25·고려대 대학원)은 스포츠클라이밍에서 한국의 명예를 드높였다. '암벽여제'의 귀환을 알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랭킹 1위와 월드컵랭킹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11월 18일 슬로베니아 크란에서 열린 IFSC 리드 월드컵 8차대회에서 4위에 오르고도 월드컵랭킹 포인트 625점을 얻어 600점에 그친 라이벌 미나 마르코비치(26·슬로베니아)를 따돌리고 월드컵랭킹 1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포인트에서도 472.35점을 획득한 김자인은 마르코비치(454.70점)를 2위로 밀어냈다. 김자인은 올해 열린 1~8차 대회에서 4차례 우승(1차·3차·4차·7차)과 두 차례 준우승(5차·6차), 한 차례 3위(3차)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초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4개월을 쉬고도 일군 값진 결과였다. 2010년 5연속 월드컵 우승으로 월드컵랭킹과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김자인은 3년 만에 최고의 영예를 다시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