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연휴인 24~25일 술집에 딸린 골방에서 홀로 살던 장애인이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등 전국 곳곳에서 화재 사고가 속출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은행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술집서 불…장애인 쓸쓸히 숨져
지난 24일 오후 6시58분께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술집 1층에서 발생한 불로 뇌병변장애인 박모(39)씨가 숨졌다.
발견 당시 박씨는 술집 출입구 근처에서 쓰러져 있었으며, 숨은 이미 거둔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는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6일 전부터 이모(54·여)씨가 운영하는 술집의 안쪽 방에서 기거해 왔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60대 노모, 말이 다소 어눌한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으나 최근 개인적 이유로 집을 나왔다.
박씨의 가족들은 지난 23일 박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가출 신고를 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박씨가 가게에 찾아와 '심경이 괴롭다'며 방을 빌려달라고 해 며칠간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뇌병변장애 3급인 박씨는 평소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점으로 미뤄 불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출입구 근처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방화나 자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박씨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추위 속 지방에서도 화재 빈번
25일 오전 10시27분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화학공장에서 불이 나 20여 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공장 안에서 일하던 근로자 A(47)씨와 B(42)씨 등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공장 내부 100㎡를 태우고 75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보다 4분 앞서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의 지하1층·지상4층 조명생산공장에서도 불이 났다. 이 불은 2시간만에 진화됐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강한 바람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르게 번져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광역1호를 발령, 소방차 35대와 인력 210여명을 투입시켜 화재를 진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장직원 2명이 건물내 1층에서 절단 작업중 불티가 튀면서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오전 2시12분께 충남 논산시 부적면 부적로 백모(47)씨 집에서 불이 나 30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주택 내부 175㎡와 집기류 등이 타 63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고흥에서는 조선서에서 불이 나 40분만에 진화됐다.
지난 24일 오후 7시28분께 전남 고흥군 도양읍 한 조선소에 난 불로 선박보관창고 199㎡가 타고 공장동 488㎡ 중 50㎡가 그을려 2억93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당시 내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선박보관창고 앞 폐기물 더미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외환은행 본점에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
25일 오후 2시57분께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모(65)씨는 부산 112로 "외환은행에서 내 돈 60여만 원을 가져가서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수색 결과, 외부인이 출입하거나 의심될 만한 물건은 발견되지 않아 1시간30분 만에 철수했다.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부산 해운대에서 한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외환은행 부산지점을 협박해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제때 내지않아 수배된 상태에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정확한 경위를 한씨를 상대로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도 잇따라
지난 24일 오후 5시46분께 경북 예천군 개포읍 도로에서 이모(54)씨가 몰던 승용차가 권모(34)씨가 몰던 5t화물차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이씨가 숨지고, 권씨를 비롯해 두 차량에 타고 있던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5시9분께 충북 음성군 감곡면 단평리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방향 254.3㎞ 지점에서 1t 포터차량이 우측 갓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 C(49)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앞서 오전 3시5분께 경기 의왕시 삼동 영동고속도로 부곡나들목 부근(인천 기점 27.9㎞)에서 강릉 방향으로 가던 박모(33)씨의 K5 승용차가 최모(50)씨의 25t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K5 승용차가 불에 탔고, 차 안에 있던 박씨 등 2명이 숨졌다. 사고 여파로 강릉방향 편도 2~3차로가 통제돼 2시간 가량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최씨는 경찰에서 "3차선을 타고 가다가 1차선에 공사안내 간판이 있어 서행했는데 뒤에서 오던 K5 승용차가 들이받았다"며 "사고가 난 뒤 K5에서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