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곽모(52)씨는 지난 2011년부터 우편이 아닌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하장을 보내고 있다. 200통이 넘는 연하장을 일일이 부치기도 힘들고 더 많은 이들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2. 직장인 최모(60)씨는 매년 연말마다 보내던 연하장을 올해는 그만 부치기로 했다.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구시대적'이라는 핀잔을 듣고난 후 부터는 SNS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기로 했다.
옛부터 신년이 되면 윗사람이나 지인들에게 문안 서찰을 보내는 풍속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손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최근 디지털 매체의 발달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편물은 2011년 48억 개, 2012년 46억 개, 2013년 44억 개로 매년 2억 개씩 줄고 있다.
연말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번거로운 손편지 대신 인터넷상에 내용을 올리면 직접 인쇄해 발송해주는 'e-그린 우편'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많이 보내곤 했었는데 지금은 문자나 SNS, 이메일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우편 물량은 평소와 차이가 없다"며 "다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군부대로 부쳐지는 우편물이 아주 조금 증가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빨간색 우체통도 점점 추억의 뒷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시가 걷기 편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인도 10계명'을 발표하면서 우체통 450여개도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지방우정국은 올해 이미 390개의 우체통을 없앴다. 신길 뉴타운처럼 도시 재개발을 하면서 유동인구가 없어 우체통이 필요 없어진 지역, 우체통에 쓰레기를 넣는 일이 많거나 이용도가 미비한 곳의 우체통을 철거했다.
신길동에 사는 김모(29·여)씨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손편지를 썼다.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추억에 젖었던 것도 잠시였다. 막상 편지를 부치려고 하니 우체통이 보이지 않아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연말 편지와 카드에 붙이던 크리스마스실도 이제 보기 어려워진다. 초·중·고 학생들과 공직자들에게 크리스마스실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했던 결핵퇴치법 25조 2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우체국과 대한결핵협회 등에서만 크리스마스실을 구매할 수 있다.
과거 24시간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던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도 풍파를 맞고 있다.
10년 째 인쇄업소를 운영 중인 김모(38)씨는 "기업들이 경기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게 연말 연하장이다.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데 올해도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10년전 이맘때는 확실히 연말이구나 싶을 정도로 바빴는데 지금은 그때랑 비교해 10분의 1 정도 줄었다. 지금은 하루에 한통 문의전화가 오면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 때문에 연하장과 크리스마스 카드의 디자인도 변하고 있다.
정순희 ㈜비핸즈 상무는 "옛날에는 우편번호 쓸 수 있게 칸이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그 부분을 인쇄 안 한다"며 "요즘에는 장식용으로 쓸 수 있는 입체 카드를 많이 만든다. 우편으로 보내기 적절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카드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지(便紙)의 사전적 의미는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다. 제아무리 통신이 발달했더라도 사람의 정성이나 감정을 손편지 만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는 없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 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아날로그 감성의 매력 때문에 여전히 손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임모(26·여)씨는 "며칠 전 친구들에게 직접 쓴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부치기 위해 집 주소를 물어봤다"며 "내 앞으로 오는 우편물은 기껏해야 카드 명세서나 홍보물 뿐이다. 나만을 위한 편지가 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손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웃었다.
